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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t Spot

남들은 스쳐지나가는 나만의 명장면

by Helen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6회에 나왔다.


호텔에서 일하면서 중학생 딸과 둘이 살고 있는

주인공 엔도 키요미가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면서

딸에게 문단속을 잘 하라고 당부하는 장면이다.


키요미가 현관을 나서자마자

집안에 있던 딸은 바로 문을 잠갔고

문 잠그는 소리가 들리자 키요미는

자동차까지 걸어가는 동안 이런 생각을 한다.


"문단속을 부탁한 건 알지만

내가 나서는 순간 문을 잠그면

왠지 집에서 쫓겨난 기분이 든다.

참고로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조용히 문을 잠그려고 애쓴다.

조만간 우리 딸에게도 가르쳐야겠다."


이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은 건

나도 비슷한 행동을 하기 때문인데

나의 경우 그 장소가 엘리베이터라는 것이 다르다.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자동으로 문이 닫히지 않는다.

(닫히긴 하는데 너무 느리게 닫히는 것인지도...)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보다 먼저 내리는 사람이 있을 때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 사람이 아직 다 내리기도 전에

닫힘 버튼을 연신 누른다는 것.

마치 “당신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고 있어요”라는

불만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당한 대로 남에게 복수할 수는 없기에

나는 보통

내리려는 사람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조용히 ‘닫힘’ 버튼을 누르곤 한다.

가끔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또 있는지

살펴 보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가끔은 내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했고,

혹시 어린 시절 일본에서 유치원과 소학교를 다니며

몸에 밴 교육 때문인가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오늘 이 드라마를 보며 비로소 결론을 내렸다.


“아, 이건 일본식 교육 때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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