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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Nov 22. 2016

이탈리아 해안 마을

세트장 같은 포지타노

폼페이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포지타노로 간다. 절벽을 낀 도로는 버스가 다니기 아슬아슬하게 좁았다. 가는 내내 포지타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했다. 이토록 외부와 접근이 어렵다면 살기 어지간히 힘들 거다. 이 길로 학교나 병원을 다니나? 운송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물가는 비싸지 않나? 가는 길에 왜 대중교통은 하나도 안보이지?

도착해서 둘러보고 모든 의문이 사라졌다. 이 곳에선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없다. 다시 말하면 휴양전용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인근에서 출퇴근한다. 출근 시간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퇴근 시간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지는 곳.


휴양 전용 마을


아마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쉬고 싶다면 괜찮은 곳이리라. 하지만 난 '적당히' 사람들이 섞여 일상을 살며 흔적이 남는 곳이 좋다. 여기엔 출근길 카페에 들려 아침을 먹는 사람도, 잔돈을 거슬러주며 윙크하는 가판대 할아버지도, 까르르 웃는 놀러 나온 아이들도, 이웃과 유쾌하게 수다 떠는 카페 주인도 없다.


그래서 다시 온다면 소렌토에 머물겠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해안 마을들의 비교 사진 들어간다. 좌측이 위부터 나폴리, 소렌토, 친퀘데레이고 우측이 포지타노 전망이다.

비슷하지? 물론 각각 지내다 보면 다를 거다. 이 곳의 기억이 너무 좋았던 사람은 분노할 거다. 이건 백퍼 내 취향이다. 짐 끌고 굽이굽이 절벽 도로로 대중교통이 드문 세트장 같은 마을에 들어다 머물고 다시 나오는 건 '어디 그지 같기만 해봐라 내가 여길 다신 오나'라는 오기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극기훈련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명할수록 그곳의 사람들이 사라진 세트장 같은 곳이 있다. 물론 아름답고 예쁘지만 왠지 에버랜드 한복판에 선 기분이다. 이탈리아에선 포지타노가 그랬고 베니스가 그랬다. 관광객 전용 숙소와 식당, 카페와 기념품 상점들.


돌아오라 소렌토로


그래서 다시 간다며 오는 길에 지나친 소렌토를 갈 것이다. 소렌토? 아마 노래로 많이 들어봤을 거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재해 현장을 가는 중 잠시 머무른 총리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머물 동안 마을 민원 하나 말해보라고 내가 돌아가면 꼭 지켜주리라 약속한다. 작은 마을이었던 소렌토에선 생활과 행정을 처리할 우체국 설립을 내민다.

지켜졌냐고? 그럴 리가 있나. 정치인이 가장 잘하는 건 지킬 생각이 없는 공약 남발이다.


속상한 마을 이장 아저씨 지인들은 이걸 노래로 만든다. 그렇게 묻혔다가 곡이 아까워 손봐서 출전한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노래로 돌아와서 니 입으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얘기하는 것. 왠지 이탈리아스럽다.

노을에 맞춰 퇴근하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섞인 배를 타고 나도 이 곳을 빠져나간다. '돌아오라 소렌토로'를 떠올리며 담엔 차 타고 지나친 소렌토로 돌아가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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