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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Feb 03. 2017

매일이 여행이라면

설렘 찾기

진정한 발견에 이르는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볼 때 이루어진다

 - Marcel Proust -


응? 공항과 기내식 사진?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 글을 자주 찾는다. 내게 즐거운 여행 글은 특별한 장소도, 화려한 여정도 아니다. 남들 다 가는 곳이라도 그 사람만의 느낌이 묻어나면 좋다. 글에서 풍기는 자신만의 향기랄까?


상당수의 글의 시작은 이렇다. 인천 공항부터 기내식, 비행기 밖 하늘, 도착한 공항과 짐 내린 숙소 사진. 출발에서 도착까지 말 그대로 이동경로다. 감동이나 자신만의 관점은 제쳐두더라도 정보라기엔 너무 두서없다. 심지어 길다. 이리 몇 번 낚이다 보니 공항이나 기내식 사진이 나오면 읽기를 중단한다.


대략 절반 이상의 여행 글은 이와 유사하다. 많은 사람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그게 뭘까? 사실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끼워 넣으며 편집하는 건 꽤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 긴 여정을 나열한다. 시키지 않은 일에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건 즐거워서다. 무엇이 그들을 기꺼이 즐기게 만든 걸까?


새로울 때 설렌다


떠난다는 기분? 그럴 수도. 그런데 반복되면 공항과 기내식은 마냥 신나지 않다. 도착한 숙소도 거기로 가는 교통편도 장소만 바뀔 뿐 비슷하다. 사람은 분류와 간략화에 능하다. 그러니 처음이라도 비슷하면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난 다를까?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 웃음을 뿜었다. 기내식과 다를 바 없는 샴페인 사진. 운 좋게 무료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앉자마자 샴페인이 권해졌다. 흥분해서 마시기 전 사진으로 남겼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이걸 왜 찍었을까? 평소와 다르니 신난 거다. 그제서 공항과 기내식을 찍어 여행 글을 쓰는 걸 이해했다. 그건 설렘 아닐까? 그들도 신난 거리라.


기대감과 설렘은 평소와 달라야 온다. 비슷하고 익숙하면 덤덤한 거다. 그 낯선 설렘으로 나도 여행을 간다. 그런데 정작 익숙한 공항과 항공기 안은 지루하다. 어쩌면 공항과 기내식을 찍는 이들은 나보다 더 설렘 가득한 여행을 시작한 거다.


들인 시간만큼 다르다


언제부터인지 지인의 요청이 아니면 숙소 사진은 찍지 않는다. 공항과 비슷하다. 오히려 여행 전 찾을 때 더 열심히 본다. 살수록 무료해지는 건 이미 안다고 분류하기 때문이리라. 아이나 반려 동물은 어제와 같은 하루를 늘 신나 한다. 이러니 여행이 반복되면 지난한 현재의 시간이 는다.


어쩔 수 없다 싶었다. 그래도 일상과 다른 사건(?)이 있기 마련이니. 그걸로 만족하지 싶었다. 그러다 여행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도 찍지 않던 평범한 숙소 전경이 그려보면 새롭다. 나만의 장소가 된다. 그릴 때 볕도 바람도 기억난다.



같은 걸 사진으로 보며 떠올려지는 건 많지 않다. 왜일까? 들인 시간과 정성의 차이리라. 순간을 오롯이 내 것으로 잡는 건 손쉬운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다. 비단 그리지 않아도 그리려고 본 것은 새롭다. 자세히 정성스럽게 보니 같으랴. 어찌 보면 쓰기와 비슷하다. 내켜서 죽죽 써 내릴 때 보다 읽고 고치기를 반복할 때 나아진다. 어설픈 건 정성으로 보완된다. 시간을 들이면 더 애틋해진다.


쓰기가 지난 걸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거라면 그리는 건 순간을 잡는 거다. 그렇게 난 여행의 시간 중 가장 지난한 현재가, 바로 지금이 나아지는 방법을 찾았다. 쓰면서 여행의 과거를 남기는 것처럼.


새로움은 평소와 확연히 차이나는 외부에 있지 않다. 같더라도 내가 달라지면 어디서나 언제나 나온다. 어제와 약간 다른 오늘. 그걸 매일 해내면 평범한 하루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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