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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P로 전환되는 순간

쉼 1: <Flight to Denmark Again!> 세종공연 소감

by 게을러영

나의 MBTI는 INTJ이다.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J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재다 놓치는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여행을 갈 때도 작은 것 하나까지 다 체크해야 하는 성격이다 보니 솔직히 가기 싫어질 때도 있었다.

일단 비행기티켓팅이 제일 힘들다. 가성비와 여러 조건들을 다 체크해야 해서...

일은 더하다.

사실 명퇴를 결심한 것도 점점 성격과 다르게 자꾸 놓치는 부분들이 보이면서 그게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려놓자’, ‘대충 살자’를 표방한다. 그래서 내 블로그명도 ‘게을러영’으로 작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게을러지겠는가?

그래도 게을러지고 싶다.



그런 내가 빠르게 J를 벗고 P를 입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다.

겸공의 금요일 프로에서 마지막에 나온 '신연아밴드'에 확 끌렸고, 그리고 아코디어니스트 Dave유와 콘트라베시스트 송미호의 공연이 가까운 세종에서 22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른 검색에 돌입했다.


Flight to Denmark Again! : 네이버 블로그


오~~ 남아있다. 그것도 앞자리가~!!


그런데 한 가지가 걸린다.

퇴임 축하를 위해 멀리 분당에서 오겠다는 후배와의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다. 그녀와의 만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서, 더구나 멀리서 오는 후배에게 이런 얘기를 먼저 꺼낼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 전화를 걸었다.

나와는 점심 약속을, 다른 지인과는 저녁 약속을 해놨다는 그녀의 말이 천운으로 느껴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광클릭 예매를 마쳤다.

재즈팬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인 듀크조던의 명반 <Flight to Denmark>의 'No problem'은 너무나 익숙한 곡이다. 그리고 ‘Everything happens to me’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A Rainy Day in New York'에서 티모시살라메가 바에서 피아노로 친 바로 그 곡이란다.


https://youtu.be/QxQ4e7sf-3Q


그녀와의 만남을 마치고 남은 1시간여의 시간 동안 잠을 청했다. 어젯밤 거의 못 자서 아픈 눈을 쉬고자 알람을 맞추고 잠깐 쉬고 나서 세종으로 향했다.

공연장인 세종 재즈인랩(JAZZIN LAB)은 세종마루공원 옆 건물인 '세종드림빌딩 203호'에 위치하고 있는데 찾고는 사실 좀 놀랬다. 공연장을 기대하고 갔는데 상가였다.



지방의 열악한 상황이 충분히 느껴져서 좀 짠한 맘이 들었지만 그 맘은 곧 충만함으로 바뀌었다.

겨우 40여 석의 자리는 촘촘했고, 옆 사람의 숨소리도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를 듣는다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다.



아코디어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Dave유가 피아노를 쳤고, 콘트라베시스트 송미호와 드러머 마누엘바이얀드의 트리오는 너무 완벽했다.

공연 중간중간 그들의 눈 맞춤은 오랜 기간 같이 한 호흡을 한 것이 충분히 느껴졌다.

No problem

Here's that rainy day

Everything happens to me

If i did would you

Glad I met Pat

Jordu Take 1

두 곡씩 연주하고 나서 곡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오늘 첫 공연이라 긴장했는데 이렇게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세 명중 그래도 덴마크와 가까운 독일분인 드러머인 마누엘 비이얀드를 소개하며 지금은 서울 마포에 거주하고 있다는 말에 관객들은 미소를 자아내고, <Flight to Denmark> 앨범커버를 벤치마킹한 <Flight to Denmark Again!>는 설경 가득한 평창에서 송미호 씨가 찍어준 거라는 스몰토크까지~

무엇보다 이 명반의 작곡자 피아니스트 듀크조던의 인생 얘기까지~
음악뿐만 아니라 그 현장에 있어야만 공유할 수 있는 그 느낌들이 너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음악을 타며 1시간 40여분동안 같이한 덴마크 비행은 그렇게 랜딩하였고, 충만함과 아쉬움을 함께 안고 공항을 나왔다.

찬바람을 맞으며 세종마루공원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 내게 준 명퇴선물이라고 자위하며 행복감을 즐겼다.


이제는 자주 P가 튀어나오게 살자!

이것저것 재지 말고 느낌 가는 대로~


#재즈트리오 #Dave유 #송미호 #듀크조던 #FlightToDenmarkAgain

#아코디어니스트데이브유 #신연아밴드 #재즈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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