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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교감

교사생활 4: 명퇴 교사의 특별 승진에 대한 유감

by 게을러영


"오늘은 A교감선생님께서 명예퇴임을 하는 날입니다~ 블라블라~~"

명퇴송별연에서 교장샘은 나를 그렇게 소개하였다.

명퇴가 결정된 공문의 임용사항에 의하면 '교육공무원법 제15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하여 중등학교 교감에 임함. 원에 의하여 그 직을 면함'라고 쓰여 있다.

쉽게 풀이하면 '너 이제 교감이야, 근데 바로 늬가 그만 두길 원하니까 늬 뜻대로 그만해~'

또 여기에 숨은 뜻은 ' 너 이제 그만둔다고 하니까 교감직 줄게'도 맞는 것 같다.


아무런 권리도 경제적 이익도 없는 이 문장 하나로 명퇴교사들은 교감이 됨과 동시에 교감이 아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기간의 관직일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짧다는 표현도 안 맞는다. 그냥 허상(虛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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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짜 궁금해서 교육공무원법을 찾아봤다.


제15조(우수 교육공무원 등의 특별 승진) ① 교육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상위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자격기준을 갖춘 때에는 제13조와 제14조에도 불구하고 특별 승진임용할 수 있다.

다만, 제4호 또는 제5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위의 자격증이 없거나 자격기준을 갖추지 아니하여도 특별 승진임용할 수 있다. <개정 2021. 3. 23.>

4. 재직 중 현저한 공적이 있는 사람이 「국가공무원법」제74조의 2 또는 「지방공무원법」제66조의 2에 따라 명예퇴직할 때


그렇다면....

'현저한 공적이 있어야 하는데?? 근데 요번 공문에 모두 특별 승진했으니 모두 현저한 공적이 있다는 건데.. 어! 진짜??~'

그래서 또 찾아봤다. '특별승진 제한 사항'이 있다. 제한 사항으로는,

재직기간 중 중징계 처분 또는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유로 경징계 처분을 받은 사람은 제외라고 되어 있는데, '성적이나 생활기록부와 관련된 비위, 성폭력범죄, 아동 청소년대상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음주운전, 학폭'이 그 제외대상이 된다.

결국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냥 나의 뇌피셜이다. 맞거나 말거나~


'법적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그 자체가 현저한 공적이 되어 특별승진을 한다.'




실제 명퇴한 교사들에게 '교감선생님'이란 명칭은 명퇴가 결정된 그날 하루용이다.

그냥 분위기용이고 너무 자주 하면 희화화된다는 느낌까지 든다.

나 역시 친목회 주관의 송별연에서 소개될 때 한번 불려졌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얘기를 하니 "무늬만 교감이네."로 바로 정리를 해줬다.

그리고 며칠간은 놀리려고 '무교샘(무늬만 교감샘)'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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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책이란 조직 안에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거지, 조직을 떠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책이란 권력이 동반될 때 가치를 발휘한다.

조직을 떠난 이에게 이런 특별승진은 하나도 소용없다.

내가 교감인지 아닌지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가사가 생각날까?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명예퇴직 #특별승진 #무늬만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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