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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習)은 참 무섭다.

교사생활 3: 습을 벗기 위한 몸부림

by 게을러영

오늘은 2025년 3월 4일.

드디어 자유인이 된 지 4일이 지났다.

그러나 어제까지 주말과 대체공휴일이었기에 오늘이 명실상부 첫날이다.


지금 시간은 8시 반.

지금 이 시간에 이 장소는 어울리지 않는다.

35년 동안 한 번도 어긋남이 없었던 장소는 바로 '학교'였다.

대부분 이 시간에 소통메시지를 열어보면

오늘의 임시일정이 교무기획부장한테 와 있다.


고등학교 기준으로 보면,

입학식이 있는 1학년과 2, 3학년은

별로 일정으로 움직인다.

1~2교시는 담임과 청소시간이 있고,

보통 그 이후부터는 10분 단축수업으로

원 시간표대로 움직이거나,

지난 수업은 버리고 3교시부터 시작된다.

첫 시간 수업은 아이들의 긴장된 얼굴과 마주한다.

담당교사와 교과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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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월의 긴장은 한 달여간 지속된다.

3월은 모든 것의 계획이 이루어지는 달이다.

업무와 교과의 계획이 모두 수립되어야 한다.

교사는 업무와 수업이 좌우의 바퀴처럼

같이 움직여야 한다.


먼저 업무면을 보면,

대부분 전임자의 업무계획을 참고하여

계획수립을 하고,

가장 중요한 교과평가계획도

그 해 새롭게 바뀌거나 추가되는 점을

담당자가 메시지나 연수를 통해 고지하면

예전 계획을 보강하여 수립한다.

담임교사의 경우는 학급운영계획이 더 첨가된다.


수업면에서는,

3월의 그 긴장감속에서도

첫날부터 과감히 엎어진 녀석들이 한 둘 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숫자는 늘어나고...

그 녀석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일으킬 수 없다.

어느덧 교사의 그 상실감은 체념으로 바뀌고, 맞을수록 멧집도 강해진다고

시나브로 담담해진다.

담임교사의 경우는 학생 상담이 더 추가된다.


속칭 교사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3월만 가면 다 간다.'

그렇게 3월을 보내고나면

나머지 달은 관성적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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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게 최대 관건은

도둑질의 습을 빨리 벗는 일이다.

나는 당분간 이 최면을 걸어야 한다.

넌 교사가 아니다.

사실 최면은 비정상적인 각성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인데,

내겐 정상적인 각성상태로 인식되어야 하는 작업이 되어 있다.

뭔가 이상하다.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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