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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의 조건

배움 5: 퇴직교사의 세상 배우기 3 - 드라마 시놉시스 및 대본작성법

by 게을러영

<라디오방송 클래스>가 어엿 중반을 지나 마무리를 향하고 있다.

처음 신청할 때의 호기는 점점 꼬리를 내리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신청할 때만 해도 안 해 본 일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첫 시간 수업 커리큘럼을 받았을 때 분명히 마지막 세 차시는 '라디오 드라마 창작 1,2,3'로 되어 있었는데 그때는 왜 그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을까?

진짜 쓰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시간 시놉시스 작성에 대한 수업을 했다.

'시놉시스'란 작품의 간략한 줄거리나 핵심 내용을 요약한 것을 의미한다. 주로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사용되며,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주요 인물, 갈등, 결말 등을 짧고 명확하게 서술하는 것이다.


1. 라디오 드라마는 크게 내레이션, 오디오, 대사이다.

예를 들어 '천둥이 친다.'라는 사실을 내레이션으로 할 수도 있고, 소리와 대사로 할 수도 있다.

요즘은 내레이션은 잘하지 않는 추세이다.


2. 등장인물은 캐릭터 강한 인물로 구성을 하되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다. 보통은 주인공과 빌런 그리고 조력자로 구성한다. 주인공과 빌런은 상처를 주는 사람과 상처를 받는 사람 또는 성격이 대비되는 두 사람으로 구성한다. 요즘 핫한 MBTI를 빗대면 F와 T, E와 I의 대비이다. 조력자는 주인공과 빌런을 중재하는 역할이다.


3. 내레이션을 구성할 때는 너무 설명하려 하지 말라. 모든 내용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고 중간 부분은 생략해도 된다. 중요 포인트의 사건을 위주로 하고 결전의 날로 넘어가라. 우리가 써야 하는 50분짜리 단막극의 결론은 꼭 명확하게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화해했다’라는 딱 떨어지는 결론이 아니라 ‘화해하는 분위기’로도 충분하다.


4.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성격, 관계, 역할을 기술하되, 줄거리 작성에 난항을 겪는다면 등장인물을 먼저 설정하고 사건리스트를 적어 본다. 메인플롯이 정해지면 서브플롯이 될만한 사건을 찾는다.

메인플롯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3막 구조로써, 모든 드라마에는 '시작-전개-결말'의 공식이 있다.

3막 구조에서 절정의 갈등점을 무엇으로 잡을까를 먼저 고민하고 그 앞뒤로 살을 붙이는 서브플롯을 잡는 게 좋다.


5. 기승전결에 대한 내용 쓰기는 한 줄 정도로 포인트가 되는 사건이나 내용을 쓴다.

기: 문제제기

승: 갈등 시작

전: 갈등의 최고차 위기

결: 해결


6. 극본의 3요소는 대사(Dialogue), 효과음(Sound Effects, SFX), 음악(Music / BGM)이고, 그 외 해설, 대사, 지문, M(브릿지음악)도 중요 요소인데 특히 M(브릿지음악)은 장면과 장면 사이, 시간의 흐름, 공간의 전환, 감정의 전환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짧은 배경 음악으로 다음과 같이 표시된다. M은 작가 몫은 아니고 음향팀에서 담당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넣을 수 있다.

( 예: 집에서 거리로 장면 전환 → M. 짧은 전환 음악 / '며칠 후' 시간의 흐름 암시 → M. 잔잔한 시간 경과 음악 / 판결 직전의 긴장감 조성 → M. 긴장된 현악음)


7. 기타 주의사항으로는 다음과 같다.

-장소가 너무 많거나 바뀌는 것은 지양

-신 1, 신 2로 굳이 쓸 필요는 없다. 그냥 한 줄 정도 띄우는 것으로 충분함

-대사는 최대한 길지 않게. 핵심적 내용만으로, 그 Scene안에서 꼭 해야 하는 대사만 넣자.

-지문은 대사 앞에 짧게만 ( ) 속에 넣을 것. 라디오는 보이지 않기에 지문은 적게 해야 한다.

-효과음 E로 표기하여 기술

-OFF: 마이크에서 떨어져서 멀리서 들리는 듯한 느낌을 표현할 때

-OL: 소리가 겹치는 것




드라마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한참을 숙고하다가 내가 가장 잘 아는 내용을 쓰는 게 맞다고 여겼다.

결국은 내 이야기.

오십 대 후반의 직업인 여성이 젊은 시절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수고와 갈등을 쓰기로 했다.

남편과 시댁식구들, 자식과의 갈등과 화해도 담아내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완성은 되었다.

아주 허술한 집이다.

비도 새고, 하수구는 막히고, 수도도 안 나오고, 전기도 단전되기 일쑤인... 하나씩 수리하고 있다.

마감 날짜가 있기에 일단 급한 것부터 처리하고 인테리어는 수강생들과 서로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면서 하기로 했다.


요번 작업을 통하여 하나 깨달은 게 있다.

막장드라마라고 욕했던 몇몇의 작가 이름이 떠오르는데... 내가 써보니 이제 함부로 드라마 작가를 욕할 수 없다. 드라마는 갈등구조가 필수이다 보니 반드시 각각의 인물 간의 갈등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거나 억지스러우면 우리가 욕하는 막장이다. 그러므로 인물을 대변하여 대사나 플롯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 가장 난제이다.

그것이 뻔하면 재미없고 공감을 얻지 못하면 막장이다. 이것저것 다 재다보면 드라마적인 상상은 감퇴된다. 또 혼자 도취하여 몇 장씩 쓰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다 버려야 할 것들이다.

헛수고! 이 단어가 이렇게 절절할 줄이야...


또 한 번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을.

또 안 맞는 옷은 미련 없이 벗고 내 것을 입어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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