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1: 늙은 자식의 더 늙은 부모에 대한 효도 방식에 관하여
"ㅇㅇ이냐? 너 내일 시간 있냐?
나랑 같이 금은방 좀 가자...."
평생 세 번도 안 왔던 아버지의 전화!
뭔 일이 있나 싶어서 받았더니,
이건 또 뭔 소리? 웬 금은방?....
"예.... 시간은 돼요.... 근데 웬 금은방이요?"
"어 내가 너한테 그동안 너무 못한 거 같아서 금목걸이 하나 해 주려고....
갈 때가 얼추 다가오는데 슬슬 정리해야지.... "

진짜 충격이었다.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맏딸인 나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렇게 살갑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흔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저런 말씀을 하시니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지 5년이 지났지만 약으로 더 악화하는 걸 막으면서 잘 관리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왜 저런 말을?!
너무 놀라서 여동생에게 전화했고, 여동생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가끔 그러셔... 그 순간에만 진실인데 영속성은 별로 없어....
그래도 금목걸이 해준다는 말은 언니가 처음이네! 부럽다.” 라며
진짜 금목걸이를 해주면 반씩 나누자는 말까지 하며 깔깔거렸다.

다음 날 점심에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두 분이 좋아하시는 냉면을 사드리고 근처 공원을 같이 산책했다.
‘아버지가 금은방 가자는 소리 안 하냐?’라는 동생의 톡에
‘없다.’고 답하니
‘엄마 없을 때 하려나 보다’라는 답이 왔다.
그래서 일부러 동생이 외출한다고 맡긴 조카를 엄마가 돌보느냐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아버지랑 단둘이 앞서 걸었다.
아버지는 지난번에 넘어지셔서 얼마나 당신이 놀랐는지 그것으로 인하여 다리 힘이 빠진 것 같다는 등
당신 얘기만 끊임없이 늘어놓으셨다.
결국 모셔다드리고 인사할 때까지
‘먹고 싶은 냉면을 사줘서 고맙다.’는 말만 하셨지, 금목걸이 얘기는 'ㄱ'자도 꺼내지 않으셨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면 그렇지... 무슨 금목걸이....ㅋㅋ
결국 동생과 통화를 하면서 이젠 사기까지 친다며 깔깔거렸다.
물론 동생도 나도 아버지의 예전에 없던 행동에 대한 불안감을 애써 감추며
그렇게 가볍게 통화는 끝났다.

아버지!
제가 뵈러 간다고 하면 제가 올 때쯤,
꼭 베란다에 나오셔서 제 차가 언제 들어오냐를 살피시는 아버지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그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 표현이라는 것도 알아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아프지나 마시고,
소리 좀 덜 지르시고,
엄마 좀 덜 잡으시고
그렇게 사시면 충분합니다.
금목걸이는 그것으로 퉁치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