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Boston 14. 순풍에 돛을 달고

여행 15: 요트가 아니라 딩기(DINGHY)랍니다.

by 게을러영

Visitor인데 Resident처럼 지내요.(14)


지난번 강풍으로 좌절되었던 요트 체험이 드디어 성사되었다.

J와 오후 4시에 'MIT Sailing Pavilion'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늘은 날씨도 완전 캡이다.

입구는 흡사 옛날 크루즈의 내부 모습 같다. 타이타닉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 좌)

MIT의 배들은 모두 이쁜 빨간색 돛을 가지고 있다. 파란 하늘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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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승선.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찰스강(Charles River)에는 이미 많은 배들이 떠 있었다. 다른 클럽들의 배들도 많이 있었다.

나는 J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이 요트가 참 이쁘고 귀엽다.'라고 했더니 J는 '요트가 아니고 딩기(DINGHY)'라고 했다.

처음 듣는 말이어서 찾아봤다.

딩기(DINGHY)는 일반적으로 길이 2~4미터 정도의 소형 보트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딩기는 사람이 들 수 있을 만큼 작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고, 노(패들), 돛(돛단배 형태) 혹은 작은 외부 모터(아웃보드 모터)를 장착하여 운행하는 특징을 지닌다.
딩기는 큰 요트나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지 못할 때, 사람이나 짐을 육지로 옮길 때 사용되기도 하고, 레저용으로 딩기 세일링(Dinghy Sailing)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수상 스포츠이다. 올림픽 경기 종목 중에도 딩기 클래스(레이저, 470 등)가 있다.
또 간단한 구조의 고무 딩기(rubber dinghy)는 비상용 구명보트로 활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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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딩기를 타고 우리는 잔잔한 찰스강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적당한 바람이 돛을 밀어 쉽게 배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눈앞에 너무나 이쁜 다리가 나타났다.

그 다리 이름의 이름은 '롱펠로우 브리지(Longfellow Bridge)'라고 했다. 바로 미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그 '워즈워드 롱펠로우'의 이름을 본뜬 것으로 보스턴(Boston)의 비컨 힐(Beacon Hill)과 케임브리지(Cambridge)의 켄달 스퀘어(Kendall Square)를 연결한다.

1906년 완공한 그 다리는 19세기말~20세기 초의 보스턴 풍의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축되었고 다리 위의 장식 탑(tower)은 모양이 원통형이라 'salt and pepper shakers(소금‧후추통)'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차량, 보행자, 자전거 모두 통행이 가능하여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레드라인(지하철)도 함께 지나가기에 도시의 빠른 맥박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롱펠로우'라는 명명의 이유는 그가 케임브리지에 살면서 수없이 이 다리를 건너 다닌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롱펠로우 브리지는 단지 보스턴과 캠브리지 두 도시만을 연결하는 다리가 아니라 문학과 과학, 전통과 혁신을 하나로 이어주는 세대의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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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시간여 정도의 세일링을 하였고, 나는 바쁜 J의 사정을 알기에 슬며시 “이제 돌아갈까?” 라고 입을 열었다. 뭐, 생각해 보면 연인도 아닌 친구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세일링이 그 아이 입장에서는 아마도 효도와 헌신이 결합된 일종의 수행 코스는 아니었을까 싶다. 아님 매번 지들끼리 해 먹던 끼니를 꼬박꼬박 아침 저녁으로 챙겨주는 친구 엄마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었거나...

그 미묘한 공기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굳이 아는 체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바람과 햇살을 함께 하는 딩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내심 일몰을 보기 원했으나 5시는 일몰을 기대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렇게 강물과 바람과 햇살 사이에서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고 나니 어느덧 선착장이 다시 눈앞에 들어왔다. 우리는 무언의 합을 주고받으며 배를 육지로 끌어올리고, 재빠르게 돛을 해체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연구실로 향하는 그에게 나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고, 그와 아들을 위한 저녁 찬거리를 사러 슈퍼로 향하는 것으로 '순풍의 뱃놀이'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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