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4: 사무엘애담스 브루어리' 자메이카 플랜'의 브루어리투어
나는 맥주를 즐긴다.
라거(LAGER)보다는 에일(ALE)과 IPA를 좋아한다.
보스턴에 와서 제일 먼저 마셔보고 반했던 맥주가 사무엘애담스(Samuel Adams)였다.
사무엘애담스가 미국의 독립과 건국의 핵심인물이었고 그의 가계에서 운영한 브루어리의 이름도 동명의 상호를 쓴다고 이미 밝힌 바가 있다. (in Boston 8. 사무엘애덤스가 맥주 이름 맞나요?)
사무엘 애담스 보스턴 브루어리 (Samuel Adams Boston Brewery)는 보스턴 자메이카 플레인(Jamaica Plain) 지역에 위치한 유명한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로, 미국 크래프트 맥주 혁신의 상징 중 하나라고 한다.
맥주 마니아인 어머니의 취향과 아들의 효심이 하필 아들 친구 A의 생일날 딱 맞아떨어져서 마침내 '맥주 성지순례'가 감행되었다. 투어 신청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날짜와 시간 그리고 투어에 종류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었다.
입구의 오른쪽에는 구매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사진 3),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는 저렇게 사무엘애담스 라벨(Label) 뒷면에 스템프를 찍어 주는데 그것의 의미는 나중에 '맥주캔 패키지'를 받을 수 있는 증빙이었다.(사진 6)
가장 중요한 절차는 투어 참여 전에 반드시 신분증 검사를 하여 법적 음주 가능 나이인 21세 이상인가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었다.
투어의 종류는 비용에 따라 3가지로 진행되는데 시음 맥주의 희소성과 공개 장소의 중요도에 따라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투어 참여객 대부분은 1인당 15불의 'Sam Signature Experience'를 참여한다.
첫 체험은 맥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인 WATER, HOPS, GRAIN, YEAST에 대한 설명이다. (사진 1)
물(WATER)은 맥주의 캔버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중요한 베이스로서 맥주 재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수질과 미네랄 조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라거는 부드러운 연수를 쓰고, 에일은 미네랄이 포함된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홉(HOPS)으로써 맥주의 쌉쌀한 맛, 아로마, 균 억제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홉의 꽃 부분만 사용하기에 시트러스, 솔잎, 열대과일, 꽃향기, 허브 등의 다양한 아로마 향을 갖는다. 물론 맥주 하면 떠오르는 쓴 맛을 담당하는 비터링홉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는 맥아(GRAIN)인데, 맥아는 곡물을 발아시켜 말린 것으로 당분공급원이다. 보리가 주로 사용되고 밀, 귀리, 호밀 등도 사용된다. 맥아의 종류와 로스팅에 따라 밝은 금색부터 흑갈색까지 다양한 색깔과 바디감을 결정한다. (사진 2,3)
마지막으로 효모(YEAST)인데, 발효를 통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생성하여 맥주의 상징인 거품을 만든다. 효모의 종류와 방식에 따라 크게 에일과 라거로 나눠진다.
에일효모를 사용하여 '상면발효'를 한 맥주의 대표적인 것이 페일 에일 (Pale Ale), IPA (India Pale Ale), 스타우트 (Stout), 바이젠(Weissbier / Wheat Beer) 등이 있다.
라거효모를 사용하여 '하면발효'를 하면 맥주의 가장 대표적인 라거 (Lager)와 필스너 (Pilsner)를 들 수 있다.
맥주의 공정은 맥아 만들기 (Malting)->분쇄 (Milling)->당화(Mashing)->여과(Lautering) -> 끓이기와 홉 넣기(Boiling & Hopping) -> 발효 (Fermentation) -> 숙성(Conditioning) -> 여과 및 병입(Filtration & Packaging)의 과정을 거친다. (사진 4,5)
효모 종류와 홉 투입 시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IPA는 홉을 아낌없이 넣는 스타일이고, 스타우트는 맥아를 짙게 볶아 커피·초콜릿 같은 맛을 낸다고 한다.
마지막 순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맥주 시음회였다.
참가자들이 자리잡고 앉자, 투어 가이드는 '가장 멀리서 온 사람'을 뽑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시카고에서 왔다는 사람이 등장하자 잠시 박수가 이어졌고, 모두가 그가 우승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조용히 손을 들고 한 마디 던졌다. “코리아.”
곧장 폭소와 박수가 터졌고, 기세 좋게 순위가 뒤집혔다. 나는 모두의 환호 속에 위너의 기쁨을 누렸다.
시음장에 들어올 때 나눠줬던 작은 컵은 기념으로 가져가도 좋다고 해서 나는 그 컵을 마치 트로피 다루듯 정성스럽게 싸서 가방에 넣었다. 오늘의 추억을 이 컵 안에도 내 추억 속에도 고스란히 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렇게 흥겹고 들뜬 투어가 끝나고, 기분 좋은 취기가 온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유쾌한 대화를 어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처음 들어섰던 입구로 다시 되돌아 나왔다.
입장할 땐 그저 스쳐 지나쳤던 기념품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보석처럼 빛나 보였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순간, 로고 하나에도 마음이 끌리고, 작은 병따개나 마그넷 하나에도 이 따뜻한 기억을 담아두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들의 지갑은 아주 쉽게 열렸다. 그래서 길어진 계산줄 뒤에 나도 사무엘 아담스의 상징이 박힌 병따개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방금 막 지나온 맥주 향이 가득한 오후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마침표였다.
좋은 맥주는 잔 안에서 끝나지 않고 추억의 병따개가 된다는 사실을 함께 간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