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의 변

교사생활1; 명예퇴직을 하는 이유

by 게을러영

안녕하세요? 드디어 제가 이제 3월 1일 이후에는 개학 없는 영원한 방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제가 만 34년을 교직에 있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판사판'이란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이판승사판승'이었습니다. 이판승은 도에 정신하는 스님, 사판승은 절의 살림을 맡아하는 스님을 일컫는 것으로 두 스님들이 잘 협력해야 절이 잘 운영된다는 뜻이었는데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중의 사회적 위치가 나락으로 떨어져서 이판사판이 인생막장의 의미로 지금도 그런 부정적 의미로만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할까요? ^^

교사의 역할은 학생 지도가 가장 우선으로 되고 그걸 잘하는 걸 최우선으로 치지만, 사실 교육공동체의 민주화와 불평등 해소도 참으로 교사의 만족도를 높이고 자존감을 높이는 큰 역할을 합니다.

저의 34년은 후자의 역할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거 같습니다. 00어교사, 여교사라는 마이너의 설움과 불편함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혼자의 힘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고 나름 교육공동체의 민주와 불평등 해소, 관리자들의 횡행을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 역할에 많은 선생님들이 지지해 주시고 같이 힘을 보태주셔서 보람 있는 성과를 맛보기도 하고 시나브로 세상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이해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교육 역시 후퇴하고 있습니다. 교사 정원 확보에 필요한 예산보다 디지털교과서와 정신건강 등 갑자기 툭 튀어나온 예산에 집중하는 현상에 우리는 질문하고 분노해야 합니다.


흔히 공무원은 머리를 비우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하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히만이 됩니다. 혹 아이히만을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부연설명을 하면 그는 나치 시절 600백만 명의 유태인 학살에 총책임자였는데 후에 전범 재판에서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공무원이라 시키는 대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질문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책 얘기 하나만 더하고 끝내겠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김현경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를 읽었는데 거기서 제가 명퇴를 딱 결심했을 때 심정을 대변할 만한 구절을 찾았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딱 그때의 제 심정이라 좀 인용해 보겠습니다.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다는 뜻입니다. 장소란 점유할 수 있는 자리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장소를 떠나는 것은 그 장소에 속한 다른 사람들을 떠나는 것입니다. 환대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해 주는 행위이자 주장할 권리들을 인정받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으로부터 환대를 받는다는 것은 그 장소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권리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입니다. 공적 공간에서 모든 사람은 의례적으로 평등합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입니다.'


윗 내용이 왜 내 심정이라고 했냐 하면,

매년 일선학교에서 다음 연도 학교정원을 공문으로 내려보내는데 예산을 핑계로 거의 1~3명씩 감축을 시키고, 그 감축 대상자를 만들기 위하여 교과협의회를 통해 최종 결정은 교장이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퇴근을 10분도 안 남은 시점에서 교무부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문을 주면서 자기가 계산해 보니까 내가 대상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아직 교과협의회도 하기 전에 교무부장이 단순히 수업시수만 가지고 통보를 한 것입니다. 너무 불쾌했습니다. 그가 무슨 권한으로 확정을 했는지도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결국 마음을 다치는 일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는 다른 샘들은 함구했고, 결국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1인 교과가 학교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이로운 점등을 아무리 어필해도 그냥 메아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교육청에서는 학교 티오감 숫자를 하나 줄여서 내려보냈고 결국 저는 제외가 되었으나 그 과정에 대한 어떤 언급도, 어떤 사과도 없었습니다. 관(官)은 절대 책임지지 않으려고 사과하지 않는다는 설왕설래만 떠돌 뿐이었습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남아봤자 적은 시수로 또 이 과정을 겪어야 하고, 시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양교과 및 창체를 가르쳐야 하고, 순회는 기본이고..등 그동안 간신히 수면 아래로 잠재웠던 백만 가지 이유들이 다 뛰쳐 올라왔습니다. 결국 '왜 굳이?'라는 세 글자만 맴돌았습니다.

이제 자식들은 독립해서 각자 잘 살고 있고, 나만 챙기면 되기에 비록 수입은 지금의 반 이상으로 줄지만 그래도 생활을 유지될 수 있다는 데 결론이 닿자 간지나게 명퇴하자로 굳히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그린 마지막 학교의 정경


결정하기까지의 수순은 암담했지만 결과는 absolutely happy입니다.

그 지긋지긋한 불면증도 싹 사라졌고, 가끔씩 신경 쓰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소화불량도 없어졌습니다.

일요일 밤에 잠이 쉽게 들지 못할 때 생긴 부담도 ‘영화가 한편 보고 잘까?’라는 사치로 바뀌었고, 시간의 촉박 때문에 드라이를 하면서 먹었던 아침 식사도 우아하게 차려서 창 밖을 응시하며 1시간씩이나 즐기는 귀족이 되었습니다.


이제 조직에 일원으로 평생 을로만 살았는데 제 인생의 갑 중의 갑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겠습니다.

모든 24시간을 나만 위하여 쓰는 삶~! 제가 좋아하는 독서, 글쓰기, 영어공부, 그리고 운동으로 하루를 실천하고 또 여행을 덧붙인 삶은 그동안 수고한 저에게 주는 큰 선물입니다.


이제 저는 자유라는 큰 해방감을 꿰차기 위해 그동안 ‘교사’라는 두 글자로 부연설명이 필요 없었던 소개를 벗고,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 더구나 이제 적당히 남들의 눈치나 쓸데없는 말과 행동은 무시해도 되는 이순(耳順)의 나이가 된 것도 기쁩니다.

이제 막살려고요~제 카톡 프로필처럼 ‘명랑한 심오함’을 실천하며 깔깔거리는 실버가 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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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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