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4: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전시회 후기
피카소, 고흐, 샤갈!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라고 한다.
늦게나마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전에 다녀왔다.
2018년에도 다녀왔었는데 벌써 7년 전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사진을 정리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지방에서 서울을 간다는 것은 큰 맘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이런 폭염에서 아스팔트로 발은 내딛는 것은 많은 생각을 거쳐야 한다. 갈까 말까를 여러 번 고민하다 서울에 사는 동생네가 외국에 가는 바람에 숙(宿)이 해결되니 '기회는 찬스다'를 잡고 출발을 했다.
그동안 미공개였던 원화 7점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는 대대적인 홍보의 영향인지 전시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여 사람이 많았다. 가족단위의 관람객도 많았고, 초등생을 대상으로 도슨트 설명이 이어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드로잉과 석판화(에칭)를 포함한 총 1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특히 파리 오페라 극장인 '가르니에'의 천장화와 '하다사' 병원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미디어 아트로 제작하여 전시한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총 8개의 전시실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는데 사진촬영이 허가된 곳은 <Sec 3,4>뿐이었다.
Sec 1. Memory (기억)
Sec 2. Major Commissions (주요 의뢰 작품)
Sec 3. Paris (파리)
Sec 4. Spirituality (영성)
Sec 5. Color (색채)
Sec 6. Mediteranee (지중해)
Sec 7. Techniques (기법)
Sec 8. Flowers (꽃)
내게 그림은 창문처럼 보였고, 그 창을 통해 나는 다른 세계로 날아올랐다.
이 전시의 성격을 잘 표현한 전시회 입구에 있는 글이다.
나 같은 문외한들은 이런 글귀에 혹한다.
결국 전시의 흥망은 그 '혹함'을 끌 수 있는 감성의 언어와 미끼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 작품의 화려한 진열이 좌우한다.
샤갈은 유대인으로서 러시아의 비텝스크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유대인이기에 어릴 때 이름은 모이세 샤갈 (Moishe Shagal)이었다. 모이세는 홍해를 가르고 유대인을 탈출시키는 출애굽을 이끈 예언자이자 지도자인 우리가 아는 그 '모세'이다.
처음으로 관객을 맞는 작품은 <러시아 마을 (Russian village),1929>이다.
다른 작품 없이 단독으로 전시된 이 작품은 임팩트가 컸다.
그의 고향인 비텝스크를 그린 것으로 그의 평생 사랑이자 부인인 벨라를 만난 도시이다. 파리와 더불어 샤갈에게 있어 평생 잊지 못할 도시이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어두웠지만 흰 눈이 덮인 언덕이 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무엇보다 산타클로스 썰매같이 염소가 이끄는 썰매가 하늘을 나는 것이 인상적이다. 샤갈의 그림에 염소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러시아는 춥기 때문에 가축을 집 안에 들여서 같이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가축이 친숙했고, 가장 친숙한 동물이 바로 염소라고 한다.
<Sec 2. Major Commissions (주요 의뢰 작품)>의 작품들은 대부분이 라퐁텐 우화를 기초로 한 동판화(에칭)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1926~1952년까지 1,2차 세계대전 기간에 작업한 것으로 유대인인 샤갈이 그림에 몰두할 상황이 아니어서 의뢰받은 판화 위주의 작품을 했다고 한다.
라퐁텐 우화가 생소하여 찾아보니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장드라 퐁텐(Jean de La Fontaine, 1621–1695)이 쓴 우화 모음집으로, 이솝우화등 고대 우화를 기반으로 쓴 것으로, 비유와 교훈이 담긴 동물 이야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보물을 잃은 구두쇠>가 좋았는데,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보라색과 회색의 조화가 특이했고 그림 중앙 부분의 상심에 빠진 구두쇠의 표정과 그림 하단부의 왼쪽의 막대기를 든 염소의 조롱 어린 표정이 상반되어 인상에 남았다.
<Sec 3. Paris (파리)>는 사진 촬영이 허용되는 구간이다. 그래서 맘 놓고 찍었는데, 현장의 느낌을 1/10도 살릴 수가 없다. 요번 전시의 대대적인 마케팅이었던 미공개 원화 7점은 설명 부분을 노란색으로 표시하였고, 사람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 색채는 별 다른 특색이 없다. 그러나 실물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그 오묘한 푸름을 어떻게 표현할지 아무리 고민해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모든 미술 작품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샤갈은 무조건 직접 가서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감동을 느낄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다음은 많은 미디어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가르니에 천장화'이다.
당연히 천장화이다 보니 미디어아트로 재연한 것인데 솔직히 말해서 실망이다.
저 작품을 파리에 가서 직관한 사람이라면 그 감동을 이어서 할 말이 많겠지만, 저 미디어아트로 첫 감상을 한 나 같은 사람의 시각에선 뭘 논해야 하는지, 무슨 감상이 있는지 말하기는 작위적이다.
만약 파리에 간다면 '루브르'와 '오르세'뿐만 아니라 '가르니에'도 꼭 가봐야 한다니까 그것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한다.
<Sec 4. Spirituality (영성)>에서는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 예루살렘 '하다사' 의료센터의 12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역시 미디어아트로 재연하였다. 빛의 예술이라는데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움 속에서의 감상은 전혀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초고라고 할 수 있는 아래의 작품을 보면서 대충 느낌을 짐작했다.
내게 가장 감동을 준 곳은 <Sec 8. Flowers (꽃)>이다.
모든 작품이 다 꽃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방 한가운데 입체적인 팔각면체의 거울이 있어서 어떤 각도에서든 꽃 그림이 보인다. 실제로 한 면씩 다 실험해 봤는데 어떤 거울에서든 꽃 그림이 다 보였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내가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쇼파르 (the Shofar), 1976> , <꿈, 1980> 두 작품이 모두 작가가 구순이 넘어서 그린 작품이라는 것이다.
젊었을 때 그린 그림에 비해 전혀 힘이 떨어지거나 감각이 흐려지지 않았다. 노랑, 주황, 파랑, 황토색등 다양한 색채의 현란함은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샤갈은 1887년에서 1985년까지 아흔여덟까지 살았고 진짜 한 세기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란 점도 감동이지만, 구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작품활동을 했다는 것이 진짜 놀라운 일이다. 피카소도 예순이 넘어서 도예를 시작했다고 하던데 도대체 예술가들의 끝없는 창작의 힘과 체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혹자는 피카소도 샤갈도 노년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여성과 사랑을 추구했다는 것이 예술의 원동력이었다고 하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마지막 아트샵에서 3d카드 혹은 렌티큘러(lenticular) 카드라고 불리는 것을 하나 구입했다. 인쇄 기술 등을 사용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거나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몇 가지 선택지 중에 굳이 <마을 앞의 식탁>을 택한 이유는 색감의 미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 작품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식탁보의 붉은색 계열의 체크 컬러와 나머지 마을과 하늘의 푸른색의 강렬한 대비가 아주 인상 깊었고, 색을 겹겹이 쌓은 임파스토 기법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된 원화의 감동이 묵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3D 카드 역시 원화의 감동에는 택도 없다.
샤갈전을 보고 나오며, 다시 한번 예술가들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특히 샤갈은 구순이 넘어서도 예술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그 나이에도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경외와 흠모가 따른다.
나 역시 꾸준히 운동하고 읽고 쓰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같은 이유에서라면 건방진 걸까?
거장의 발 뒷꿈치에도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체력과 정신력을 위한 노력은 어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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