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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추간판 체포기(記)

일상의 고찰 2: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완치의 기록 및 공유

by 게을러영

추간판탈출증!
생소할 수 있는데 누구나 아는 단어로 바꾸면 디스크이다.

추간판탈출증 즉 디스크는 치명적인 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의 불편으로 삶의 의욕을 확 떨어뜨리는 병이다. 심할 때는 우울증까지 동반하는 비교적 죄질이 나쁜 병이다.


잘 살아보려고 재산의 전부를 투자했는데 몽땅 사기 맞은 경우와 맞먹는다고나 할까?

내 삶의 전반을 무너뜨리는, 하루종일 초 단위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방사통에 시달려야 하는, 그래서 신경질과 예민함을 동반하여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병이다.

'방사통'이란 말 그대로 실제로 아픈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방사된 통증'을 의미한다.
디스크 질환이 대표적인데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서 디스크가 튀어나오게 되고 이로 인해 염증이 발생되거나 신경이 압박되게 되면서 신경이 주행하는 경로로 저림이나 통증, 감각저하 등의 다양한 증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출처] 자생한방병원

나는 십여 년 전 허리 및 목 디스크가 발병하여 지금은 완치된 디스크 환자로 살고 있다.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완치된 디스크 환자라니?

그런데 이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분명히 반은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디스크만큼 재발이 쉬운 병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 발병했을 때 MRI사진을 가지고 병원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소견을 들었는데, 한 군데는 수술을 권유받았고, 두 군데는 주사 및 도수치료를 추천받았다. 그리고 주변의 수술한 분들께 물어보니 다들 수술은 효과가 없다고 하며 말렸다.

그래서 후자의 권유대로 치료를 시작했지만 투약치료가 있을 때만 통증이 약화되고 그닥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실비보험이 없던 때라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다.

곤두박질치는 일상의 붕괴에 따른 짜증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검색과 독서를 통해 디스크의 원인부터 샅샅이 찾았고 결론은 나의 자세가 제일 문제였음을 알아내었다.

그중 최고의 도움은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선근교수님이다. 그분의 책과 유튜브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그 뒤 나는 그분의 전도사가 되었다.


평소 소파에 쿠션을 대고 TV 시청이나 독서를 하는 것부터 의자에 앉는 자세까지!

모든 것이 디스크를 찢게 하는 자세였음을 알고는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꾸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생활 전반을 개선했다.

운전 중 신호대기에 걸리면 양팔을 쭉 벌려서 견갑골을 쪼는 스트레칭을 하고 모든 모니터는 다 눈높이 이상으로 높이고, 폼롤러를 이용해 근막마사지를 하면서 통증을 약화시켰다.

런지와 스쾃를 꾸준히 하면서 코어와 중둔근의 힘을 길렀다. 평소 몰두 본능이 발현되는 모든 자세를 점검하며 50분 집중하면 꼭 5분 이상 움직이는 습관을 들였다. 오른손만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클릭질도 왼손으로 하면서 밸런스를 맞췄다. 모로 자는 습관도 바꿨다. 그렇게 자세와 스트레칭, 걷기와 근력운동이 매일의 루틴으로 자리 잡으며 1년을 지속하다 보니 드디어 방사통이 서서히 사라졌다.

로또에 당첨되면 이 기분일까? 세상을 다 얻은 기쁨으로 나는 나의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물론 불면이 며칠 지속되거나, 몰두 본능이 학습된 루틴보다 앞설 때 영락없이 방사통이 몰려온다. 그럼 다시 자각하고 나의 안일함과 게으름을 원천 차단한다.


사실 마지막 겨울방학이었던 올 1월,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의 최고 블랙홀인 생기부 교과세특(교과세부별 특기사항)을 기록하면서 또 몰두본능이 발현될 수밖에 없었다.

노안으로 인하여 그 작은 글씨들의 띄어쓰기와 오타의 공포를 재차 삼차 셀프점검을 하면서 어깨와 팔의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교과세특이 완성되고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면서 점차 통증은 해소되었다.

나의 탈출 추간판 체포기를 주변에 설파하면 다들 혀를 내두른다.

참 지독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냥 가서 신경차단주사를 맞으면 편한데 왜 그 고생을 하냐는 핀잔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


통증은 경고이다.

그래서 통증은 고맙다.

내 자세의 흐트러짐을 알려주고 다시 자각하게 해 주는 센서이다.

브런치 글쓰기의 맛을 들이면서 최소한 일주일에 두 개는 쓰겠다는 결심보다 더 앞서야 하는 것은 바로 루틴 운동의 점검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스케치를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몸과 잘 타협하고 살아야 하는 실버여야 한다.


머리를 괴롭히는 건 치매를 예방하는 일이고, 몸을 괴롭히는 건 병을 예방하는 일이라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철석같이 내게 붙이고 오늘도 실천하는 실버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디스크 #디스크완치 #추간판탈출증 #자세교정 #근력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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