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자국을 모른 척한 손수건
다음에는, 아직 불리지 못한 또 다른 마음이 이 숲을 찾아올 것이다.
그 말은 예고가 아니라, 말랑숲의 습관에 가까웠다.
이 숲은 늘 그랬다. 하나의 마음이 제자리를 찾고 나면, 곧바로 다음 숨을 들이켰다. 비워진 틈을 오래 두지 않겠다는 듯이.
아직 미아는 떠나지 않았다.
토끼의 몸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고, 눈가에는 닦지 못한 눈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름을 되찾은 마음은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머물며, 울음이 끝났는지, 아니면 이제 시작인지 스스로 확인해야 했다.
미아는 고개를 숙인 채 숲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이 귀 끝에만 닿았고, 얼굴에는 닿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울음은 멈췄지만, 정리는 아직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말랑숲의 가장자리.
늘 흐릿하게만 느껴지던 경계가, 그날 밤에는 유난히 또렷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가 아니라,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 숲이 스스로 열어 두는 문이었다.
사각.
사각.
낮고 조심스러운 발소리였다. 서두르지도, 망설이지도 않는 걸음. 익숙함을 숨기듯 일정한 속도로 다가오는 소리였다.
미아의 귀가 천천히 섰다.
“… 누구야?”
대답 대신, 붉은 그림자가 경계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유연한 몸, 달빛을 머금은 꼬리.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그 웃음은 표면에서만 머물렀다.
여우였다.
여우는 경계선에서 잠시 멈췄다.
안으로 들어오지도, 완전히 돌아서지도 않은 채로. 숲의 공기가 그 주변에서 한 번 더 숨을 골랐다.
그제야 미아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여우는 그 얼굴을 보았다.
정확히는, 보았지만 바라보지 않았다.
여우는 안으로 들어서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말없이 손수건 하나를 꺼내 들었다. 미아 쪽으로 내밀었지만, 시선은 끝내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실례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여우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한 발 더 안으로 들어섰다.
미아는 손수건을 받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눈물은 멈췄지만, 흘러내린 흔적은 아직 얼굴에 남아 있었다. 여우의 배려는 분명했지만, 미아는 아직 누군가의 배려를 받아들일 만큼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여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와.”
여우는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자리가… 아직 있나요?”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무 매끄러워서, 오래 연습한 말처럼 들렸다. 괜찮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언제든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쪽의 음색.
“자리는 있어.”
내가 말했다.
“다만, 들어오는 건 네가 정하는 거야.”
여우는 작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 웃음에, 미아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이름을 되찾은 마음은, 감춰진 결을 알아보는 법이었다. 여우의 웃음은 진짜였지만, 동시에 너무 오래 유지된 것이기도 했다.
여우는 한 발짝 더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숲의 공기가 미세하게 조였다. 여우가 지나온 자리에는 은빛도 금빛도 아닌, 접힌 빛이 남았다. 펼쳐지지 않은 채로 오래 눌려 있던 색이었다.
“… 토끼가 있네요.”
여우가 말했다.
미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미아야.”
여우의 눈이 아주 짧게 흔들렸다.
“… 이름이 있군요.”
“응.”
미아는 낮게 말했다.
“이제는.”
그 말에 여우의 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부러움이라기엔 조용했고, 무시라기엔 늦은 반응이었다.
“… 좋은 이름이네.”
여우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웃음을 올렸다.
나는 재봉틀 옆에 앉았다.
이번에는 바늘도, 실도 꺼내지 않았다. 여우의 마음은 아직 꺼낼 준비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먼저, 접힌 자국을 확인해야 했다.
여우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항상 괜찮은 척을 잘해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영리하다고 하고, 여유롭다고 하고, 혼자서도 잘 버틴다고 말하죠.”
미아가 여우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여우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믿기로 했어요.”
“믿은 게 아니라,”
미아가 조용히 말했다.
“선택한 거지.”
여우의 웃음이 그 순간 아주 작게 갈라졌다.
“… 맞아요.”
선택한 마음은 오래 버틴다.
대신, 어디가 아픈지 말하는 법을 잊는다.
“… 아픈 데는 있어?”
미아가 물었다.
여우는 고개를 저었다가, 천천히 끄덕였다.
“있어요.”
“…근데,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제야 나는 장식장에서 실 한 타래를 꺼냈다. 은빛도 금빛도 아닌, 아주 옅은 회빛 실. 빛을 반사하지 않는 실이었다.
“여우,”
내가 말했다.
“네 마음은 찢어진 게 아니야.”
“오래 접혀 있었을 뿐이야.”
여우의 꼬리가 멈췄다.
“… 접혀 있다고요?”
“응.”
“펴지지 않게, 스스로 접어 둔 거지.”
미아는 아무 말 없이 여우 옆에 앉았다. 아직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로. 이름을 되찾은 마음이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위로였다.
“오늘은,”
내가 말했다.
“이름 말고, 느낌만 말해도 돼.”
여우는 눈을 감았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말랑숲은 숨을 낮췄다. 미아는 움직이지 않았고, 나도 기다렸다.
“… 비어 있진 않아요.”
여우가 마침내 말했다.
“…근데, 너무 꽉 차서 숨이 막혀요.”
나는 실을 손에 감았다.
꽉 찬 마음은, 먼저 풀어놓는 바느질이 필요했다.
재봉틀은 여전히 조용했다.
오늘 밤도 손바느질이었다.
나는 아직 첫 땀을 넣지 않았다.
이 밤에는,
눈물을 미처 닦지 못한 토끼 미아가 있었고,
괜찮은 척을 내려놓지 못한 여우가 있었다.
마음은 혼자 오지 않는다.
서로의 용기를 빌려,
조금씩 숲으로 들어온다.
말랑숲의 밤은,
이제 막 깊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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