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Everything, 전부를 가지려다 오늘을 놓쳤다

by Helia

Everything이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전부를 말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전부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었다. 나는 늘 무언가를 더 가져야 안심했고, 조금이라도 비어 있으면 실패한 하루처럼 느꼈다. 충분히 잘 지낸 날에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하지 못한 말 하나, 미뤄둔 선택 하나, 잡지 못한 손 하나가 남아서였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Everything’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환해지기보다 움츠러든다. 전부를 향해 달려온 시간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지금을 지나쳐 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부를 이해하고 싶어 했다. 사람의 마음도, 관계의 방향도, 인생의 결말도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삶은 요약되지 않았다. 설명을 붙일수록 진짜 중요한 감각은 빠져나갔다. 어느 날은 커피잔 바닥에 남은 물자국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하루는 이렇게 남는 흔적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아침에 급히 나서다 잊어버린 우산, 창문 틈으로 들어온 햇빛의 각도, 의자 아래로 길어진 그림자 같은 것들.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사소함들이 모여 하루의 얼굴을 만들고, 그 하루들이 겹쳐 나라는 사람이 된다. Everything은 거창한 합계가 아니라,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의 총합이었다.

나는 늘 다음을 준비하느라 현재를 비워 두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오늘을 희생했고, 언젠가 올 완벽한 시점을 기다리며 지금의 마음을 눌러 두었다. 그러다 보니 손에 쥔 것은 많아졌지만, 손끝의 감각은 무뎌졌다. 바쁘다는 이유로 대답하지 못한 메시지, 나중에 하자며 미뤄둔 안부, 괜히 쑥스러워서 건네지 못한 말들이 조용히 쌓였다. Everything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나를 조금씩 비워내고 있었던 셈이다.

관계에서도 나는 전부를 원했다. 확실한 마음, 분명한 약속, 흔들리지 않는 태도.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 타이밍이 어긋난 진심, 설명되지 않은 침묵이 관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우리는 종종 한 사람을 ‘전부’라 부르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아무것도 아님’으로 밀어낸다. 하지만 관계의 진짜 무게는 사건이 아니라 여운에 남아 있었다. 끝내하지 못한 말이 오래 남았고, 무심히 건넨 배려가 뒤늦게 마음을 데웠다. Everything은 늘 즉시 도착하지 않았다. 이해는 항상 시간이 지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실패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예전의 나는 실패를 Nothing으로 규정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 다시 시작해야 할 공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실패는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었다.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는 공간,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였다. 빈칸이 있었기에 다음 문장이 들어올 수 있었고, 멈춰 섰기에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Everything은 빽빽하게 채워진 상태가 아니라, 여백까지 포함한 풍경이었다. 여백이 없는 삶은 숨이 막혔고, 결국 무너졌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기억하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으로 남기고, 기록으로 붙잡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기억은 저장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진 속에는 웃고 있지만, 그날의 공기는 담기지 않는다. 반대로 사진 한 장 없지만, 어떤 문장의 온도는 여전히 선명하다. Everything은 다 가진 상태가 아니라, 지금의 나와 연결되는 것들만 남긴 결과였다. 기억은 그렇게 현재를 설명하는 재료로만 남았다.

나는 이제 Everything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통과한다. 지나치며 배우고, 놓치며 남긴다. 전부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가볍게 했다.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품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오늘의 전부는 오늘에 맞게 작고 단순하다. 내일의 전부는 내일의 몫으로 남겨 둔다. 이렇게 전부는 매일 다른 얼굴로 찾아오고, 나는 그때그때 맞이한다.

Everything은 결국 질문이다. 무엇을 끝까지 붙잡을 것인가, 무엇을 흘려보낼 것인가, 무엇을 용서할 것인가. 답은 늘 하나가 아니다. 그래서 삶은 계속된다. 나는 오늘도 작은 전부를 건너간다. 물자국을 닦고, 그림자를 밟고, 노래의 첫 소절에서 잠시 멈춘다. 그렇게 쌓인 사소한 순간들이 언젠가 나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그때 나는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verything은 멀리 있지 않았다고. 늘 여기, 지금, 내가 지나온 이 순간들 속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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