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데도 속하지 않은 하루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걸. 이유는 없었다. 알람도 울리지 않았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가슴 어딘가가 이미 먼저 깨어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 같은 것.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이미 한 번은 넘어지고 일어난 사람처럼 몸이 무거웠다. 나는 한동안 눈을 뜬 채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마음속으로 아주 오래된 질문을 꺼냈다. 왜 꼭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길까.
부엌으로 나가 물을 마시려다 컵 가장자리에 난 미세한 금을 발견했다. 언제 생긴 건지 모를 균열이었다. 입술을 대기 직전에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도 묘하게 나다운 일이었다. 물을 다시 따라 마시며 생각했다. 이렇게 사소한 일부터 늘 어긋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꼭 이런 순간은 나에게 온다. 컵 하나 깨진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하루는 늘 이런 식이었다. 아주 작은 균열에서 시작해, 결국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흘러가버리는 날들.
휴대폰을 집어 드는 순간, 화면이 먼저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받지 않아도 됐지만,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예감은 대체로 틀린 적이 없었다. “○○씨 맞으시죠?”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나는 오늘이 평범하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걸 확신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지지 않았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 안에는 너무 많은 말이 들어 있었다. 설명되지 않은 책임, 미뤄진 결정,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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