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하지 못했던 달콤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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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Bunita Marcus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늘 망설이는 사람이었다. 빵집 앞을 지나칠 때마다 발걸음은 잠깐 느려졌고, 문 손잡이를 잡았다 놓는 일이 반복됐다. 있으면 하나쯤은 먹고, 없으면 굳이 찾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정의해 왔지만, 그 말은 취향이라기보다 변명이었다. 케이크는 좋아했다. 축하할 일이 없어도 케이크 앞에서는 비교적 솔직해졌다. 그렇다고 치즈케이크를 일부러 사 먹는 성실함까지는 아니었다.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웠고, 싫어한다고 말하기엔 마음이 남았다. 그 애매한 거리가 오랫동안 나와 빵 사이에 놓여 있었다.
그 거리의 이름은 죄책감에 가까웠다. 살이 찔까 봐 염려했던 것도 분명한 이유였다. 빵을 고르는 순간부터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시작됐다. 오늘 먹어도 될까, 이만하면 과하지 않을까, 내일의 나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밀가루와 버터, 설탕은 맛보다 먼저 경고로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자주 미뤘다. 오늘은 참자, 다음에 먹자, 지금은 아니야. 그렇게 미루는 동안 빵은 점점 선택지에서 멀어졌다. 빵을 절제하고 있다는 기분은 들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조이고 있었다.
빵집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빵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먹어도 되고, 지나쳐도 된다는 얼굴로 진열대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풍경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하루가 점점 길어지고, 마음이 쉽게 마르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달콤한 것 앞에서 괜히 더 엄격해지는 내가 조금 지쳐 있었을 뿐이다. 그날도 빵집 앞에서 멈춰 섰다. 크루아상의 겹겹이 쌓인 결을 눈으로 따라가고, 갓 구운 식빵의 따뜻한 표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오래 서 있었다.
아마 당신도 비슷한 순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괜히 마음이 끌리는 것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시간. 빵이 아니라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빵보다 마음을 더 경계한다. 먹는 일 하나에도 이유를 달고, 스스로를 설득해야만 선택을 허락한다. 특히 디저트 앞에서는 더 그렇다. 사치처럼 느껴지고, 나약해지는 것 같고,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우리는 달콤함을 미루는 데 익숙해진다.
예전의 나는 빵을 먹으면서도 온전히 먹지 못했다. 한 입 베어 무는 동시에 마음 한편에서 자책이 따라붙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여기까지만 먹자. 그 계산은 빵보다 훨씬 무거웠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하루를 망치는 것은 빵 한 조각이 아니라, 쉼 없이 나를 몰아붙이는 태도라는 것을. 빵은 그저 빵일 뿐인데, 나는 그 위에 너무 많은 의미를 얹어두고 있었다. 절제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마음, 스스로를 단단히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그런 것들이 버터보다 더 느끼했다.
디저트를 먹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포크를 몇 번 옮기고 나면 접시는 금세 비워진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은 묘하게 느슨해진다. 씹는 동안 생각이 멈추고,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잠시 뒤로 밀린다. 빵과 디저트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대신 문제와 나 사이에 잠깐의 거리를 만들어준다. 그 거리 덕분에 숨을 고를 수 있고, 다시 걸어갈 힘이 생긴다. 그래서 디저트는 사치라기보다 휴식에 가깝다.
나는 이제 빵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특별히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전처럼 무심하지도 않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찾지 않던 자리에서, 먹고 싶으면 먹는 쪽으로 아주 조금 이동했다. 그 변화는 사소하지만 분명하다. 빵을 허락했다는 건, 나에게도 잠깐 느슨해질 틈을 내주었다는 뜻이니까. 늘 조심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가끔은 쉬어도 되는 사람으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빵집에서 결국 하나만 집어 들던 날이 있었다. 가장 화려하지도, 가장 달지도 않은 빵이었다. 집에 돌아와 접시에 올려놓고 천천히 먹었다. 급하게 먹지 않았다. 죄책감도 얹지 않았다. 그날의 빵은 유난히 맛있었다기보다, 조용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고, 나 역시 아무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종종 너무 많은 것을 참는다. 빵 하나쯤은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잘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삶은 늘 긴 마라톤처럼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에는 숨을 고를 지점이 필요하다. 어떤 날에는 빵과 디저트가 그 역할을 한다. 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을 마르게 하지 않기 위해. 그 선택은 나약함이 아니라 균형에 가깝다.
이제는 안다. 빵을 멀리했던 이유는 취향이 아니라 태도였다는 것을. 살이 찔까 봐서라기보다, 느슨해질까 봐 두려웠다는 것을. 하지만 조금 느슨해진다고 해서 무너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틈으로 숨이 들어온다. 빵을 허락한 날, 나는 비로소 나에게도 휴식을 허락했다. 디저트는 그저 달콤한 음식이 아니라, 오늘을 견딘 나에게 건네는 작은 신호였다. 이제 괜찮다고, 여기까지도 잘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