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시간에 살지 못했다
추천 클래식
Les Heures dolentes: X. Le souvenir – Charles Koechlin
나는 늘 계절을 앞서 살았고, 너는 언제나 한 박자 늦게 도착했다. 서두르는 쪽과 확인하는 쪽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내가 봄의 문턱에서 소매를 걷어 올릴 때, 너는 아직 겨울의 손잡이를 놓지 못한 채 온도의 변화를 가늠했다. 같은 하늘 아래에 있었지만, 같은 날씨에 도착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너를 떠올리면 언제나 어긋난 풍경이 먼저 겹쳐진다. 꽃잎이 흩날리는 길 위에 남아 있던 코트의 무게, 한여름의 오후에 불쑥 끼어든 서늘한 그늘 같은 것들. 그 어긋남이 우리의 시간을 만들었고, 동시에 우리를 멀어지게 했다.
너의 계절은 소란을 택하지 않았다. 꽃이 피어도 환호하지 않았고, 비가 내려도 크게 탓하지 않았다. 햇볕이 가장 강한 시간보다는 빛이 길게 누 워드는 무렵을 좋아했고, 붐비는 한낮보다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느슨해지는 저녁을 편안해했다. 네 선택들은 늘 작은 쪽으로 기울었지만,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온도가 되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순간, 말보다 숨이 먼저 나오는 시간, 그 틈에서만 살아나는 진짜 표정. 너는 그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네 계절을 여러 번 오해했다. 왜 이렇게 더딘지, 왜 아직도 같은 자리에 머무는지 묻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계절은 재촉한다고 빨라지지 않는다는 걸, 네 옆에 서서 오래 기다리며 배웠다. 봄이 봄다워지기까지 지나야 할 밤의 수, 여름이 여름으로 버티기 위해 품어야 할 그늘의 넓이. 너는 그 과정을 줄이지 않았다. 그래서 네 시간은 깊었고, 네 말은 적었지만 오래 남았다. 짧은 설명 대신 남겨두는 침묵이, 때로는 가장 정확한 대답이라는 걸 너는 알고 있었다.
너의 계절에는 비밀 같은 시간이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진행되는 시간. 씨앗이 흙 아래에서 방향을 잡는 동안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듯, 너는 박수 없는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때의 너는 말 대신 숨으로, 행동 대신 기다림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그래서 네 하루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밤이 되면 이상하게 단단해졌다.
함께 걷던 어느 가을 저녁이 떠오른다. 바람이 낮아지고,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던 시간. 내가 앞서가다 돌아보면 너는 뒤처진 게 아니라 다른 풍경을 보고 있었다. 길가의 나무가 계절을 바꾸는 속도, 벤치에 남은 체온, 신호등이 바뀌는 동안 생기는 짧은 침묵. 같은 길 위에서 우리는 다른 색을 발견했다. 나는 빠르게 요약하려 했고, 너는 끝까지 읽으려 했다. 나는 답을 원했고, 너는 질문을 남겨두었다. 그 차이는 작아 보였지만, 매번 같은 지점에서 발걸음을 어긋나게 했다.
시간이 지나 알게 된다. 멀어짐은 실패가 아니라 계절의 교대였다는 것을. 여름이 물러나야 가을이 제자리를 찾듯, 너의 계절이 지나가야 내 계절도 숨을 고를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의 계절을 대신 살아줄 수 없었다. 다만 곁에 서서 지나가는 것을 허락해 줄 수 있을 뿐이었다. 그 허락이 있었기에, 떠남은 파국이 아니라 전환이 되었다.
너의 계절은 가끔 돌아온다. 특정한 냄새,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의 한 소절, 창문에 부딪혀 사라지는 빛의 각도로. 그럴 때면 나는 잠시 멈춰 선다. 지금의 계절이 아무리 분주해도, 네 계절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내 안에서 조용히 호흡한다. 그 흔적 덕분에 나는 급해지지 않는 법을 배웠고, 다가오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당기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기다림이 패배가 아니라 선택일 수 있다는 걸, 네 속도로 배웠다.
너의 계절은 많은 것을 주고도 생색내지 않았다. 머무르다 떠난 자리는 말끔했지만, 그 자리에 서면 공기가 달랐다. 이전과 같은 풍경인데도 온도가 한 톤 낮아지고, 소리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계절이 지나간 뒤에야 감지되는 변화처럼, 네가 남긴 것은 크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이제는 안다. 누군가의 계절을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 피지 않는 날까지 포함해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햇볕보다 구름이 많은 날들을 함께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너의 계절은 나에게 그걸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모든 계절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각자의 때가 있고, 각자의 온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도착이 늦어도, 그 늦음이 이유를 가진다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도.
너의 계절은 끝났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내 안의 한 구역에 조용히 남아, 지나치게 뜨거워질 때마다 그늘을 만들어준다. 그 덕분에 나는 오늘의 계절을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정직하게 살아간다. 언젠가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더라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혹시 당신에게도, 그렇게 조용히 지나간 계절 하나쯤은 남아 있지 않은가. 아직 끝나지 않은 계절을, 우리는 어떤 속도로 건너고 있는지, 가끔은 멈춰 서서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