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샛길로 새는 순간들
왜 꼭 집중해야 할 순간에만 딴생각이 밀려올까. 일을 하고 있다가도, 문장을 읽고 있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다른 방향으로 튄다. 손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데 생각은 이미 샛길을 건너가 있다. 나는 종종 그 순간을 붙잡으려다 포기한다. 붙잡을수록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딴생각은 늘 예고 없이 찾아와 하던 일을 멈추게 하고, 나를 의식의 흐름 속으로 밀어 넣는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붙을 때도 있다.
해야 할 일 앞에서 마음이 자꾸 새는 건 성실하지 못하다는 증거처럼 여겨진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시간이 길었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딴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억누를수록 더 잦아졌고, 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오래전 운동장이 떠오른다. 흙먼지가 일던 오후,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이유 없이 가슴이 뛰던 순간. 왜 지금 이 장면인지 알 수 없지만, 물소리 위로 기억이 겹쳐진다. 접시는 손에서 미끄러지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마음은 그때의 햇빛을 붙잡느라 분주하다. 돌아와 보면 설거지는 끝나 있고, 나는 잠시 다른 시간에 다녀온 사람처럼 멍해진 얼굴이다.
딴생각은 현재를 비껴간다. 아직 오지 않은 걱정을 미리 끌어와 놓고, 이미 지나간 말을 다시 씹는다. 그때 하지 못했던 한마디, 너무 빨리 끝난 장면, 괜찮은 척 넘겼지만 사실은 남아 있던 감정들. 딴생각은 마음속 서랍을 허락 없이 열어젖히고,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바닥에 쏟아놓는다. 그래서인지 딴생각에 빠질 때마다 감정이 먼저 튀어나온다. 설명되지 않은 불안, 이유를 잃어버린 그리움, 말로 옮기기엔 아직 거친 마음.
버스 창가에 앉아 있을 때도 그렇다. 창밖 풍경은 계속 바뀌는데, 나는 이미 다른 생각에 발이 묶여 있다.
휴대폰에 답장을 쓰다 말고 멈춘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잊은 채로, 보내지지 않은 문장만 깜빡인다. 그 짧은 멈춤 속에서 마음은 괜히 오래 머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괜히 피곤해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나도 그런 말들을 믿어보려 했다. 타이머를 맞추고, 방해 요소를 치우고, 스스로에게 규칙을 세웠다. 하지만 딴생각은 규칙을 모른다. 정해진 틀 안에서는 더 쉽게 빠져나간다. 그제야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집중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미 지쳐 있는 건 아닐까.
딴생각이 많아졌다는 건, 마음이 오래 버텼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계속 같은 방향으로만 쓰이다 보면 마음도 막힌다. 숨을 쉬듯, 생각도 틈이 필요하다. 딴생각은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더 버티기 위해 잠시 고개를 돌리는 선택.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딴생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딴생각이 언제나 다정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를 쓸데없는 후회 속으로 끌어당기고, 이미 끝난 관계를 다시 불러낸다. 그 안에서는 현재가 흐릿해지고, 나는 아직 오지도 않은 과거에 붙잡힌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깊이 빠지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 딴생각은 위로가 아니라 늪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딴생각을 완전히 몰아내고 싶지 않다. 딴생각 속에서만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고, 그 샛길 끝에서만 만나는 감정들이 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평소에는 애써 외면하던 마음의 잔물결이 보인다. 그 위에서 비로소 내가 무엇을 피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딴생각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의 나를 보여준다. 계획도 없고 결론도 없는 채로, 다만 지금의 마음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태. 우리는 늘 단정한 생각만 하길 요구받지만, 그렇게만 살 수는 없다. 생각이 흐트러질 때, 마음은 오히려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그 어수선함 속에서 나는 내가 아직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가끔은 딴생각에 빠진 채로 창밖을 오래 바라본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시간은 빠듯한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생각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말로 붙잡히지 않는 감정들이 지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돌아올 힘이 생긴다. 딴생각은 나를 멀리 데려가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던 일을 멈추고 샛길로 샌다. 의식의 흐름을 억지로 붙잡지 않고, 잠시 놓아둔다. 완전히 길을 잃지는 않겠다는 걸 이제는 안다. 딴생각은 나를 방해하는 습관이 아니라, 나를 살피는 방식에 가깝다. 집중하지 못한 날이 아니라, 마음이 숨을 고른 날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오늘도 딴생각은 나를 데리고 잠시 다른 길을 걷게 하지만, 결국 다시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