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아침이 식탁까지 내려와 있던 날

멈춰도 괜찮아지는 냄새

by Helia

미미는 남겨둔 실 끝을 앞발로 살짝 눌렀다. 풀리지 않게, 그러나 묶이지 않게.

그리고 그 미묘한 균형 속에서 다음 밤이 올 자리를 조용히 밝혀두었다.

아침은 밤의 뒷모습을 밟고 들어왔다. 말랑숲의 집 안에는 아직 어둠이 얇게 남아 있었지만, 창밖에서는

이미 빛이 나뭇잎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미미는 눈을 뜨자마자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 안쪽까지 걸림 없이

공기가 내려왔다. 어제와 같은 공간인데, 오늘은 조금 가벼웠다.

미미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숲의 냄새가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집 안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는 빠져나갔다. 밤에 머물던 기척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흩어졌다. 실 냄새와 천 냄새, 등잔불의 잔향이 각자의 자리를 찾았다. 미미는 그 움직임을 잠시 바라보다가 마대자루를 끌어왔다.

대청소를 하기로 한 건 계획이 아니라 몸의 판단이었다. 바닥부터 닦았다. 젖은 천이 나무 바닥을 지나갈 때마다 어제의 밤이 얇은 가루처럼 밀려났다. 바닥은 말이 없었지만 소리는 달라졌다. 미미는 소리가 가벼워지는 쪽으로 움직였다. 책장을 닦고, 창틀을 훑고, 화장실까지 들락거리며 쓸고 닦았다. 문턱에 쌓인 먼지도 남기지 않았다.


미미는 멈췄다.
집이 먼저 숨을 쉬고 있었다.

바느질방의 테이블 위는 비워두었다. 아무것도 올려두지 않고, 빛만 남겼다. 물건은 그대로인데 자리가 생겼다. 무엇이든 다시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여백. 미미는 그 여백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정리된 얼굴도, 너무 어수선한 얼굴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집의 얼굴이었다.

부엌으로 향해 아침을 준비했다. 팬이 달궈지고 냄비에서는 김이 올랐다. 혼자 먹는 아침은 늘 간단했지만, 오늘은 손길이 느렸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숲도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새 몇 마리가 시험 삼아 울었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 똑.


급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은 리듬이었다. 미미는 불을 낮추고 문으로 갔다. 손잡이에 앞발을 얹고 잠시 숨을 골랐다. 문을 여는 일은 언제나 누군가의 하루를 들이는 일이었다.

문을 열자 햇빛이 현관 안으로 길게 들어왔다. 빛 한가운데에 캥거루가 서 있었다. 커다란 꼬리를 바닥에 두고 모자를 눌러쓴 채였다. 숨이 조금 가빠 보였다. 캥거루는 미미를 보자 어깨를 내리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미미 씨.”

숨이 섞인 목소리였다.

“들어가도 될까요? 너무 오래 뛰어다녔더니… 잠깐 쉬어가고 싶어서요.”


미미는 얼굴보다 먼저 숨을 보았다. 숨은 늘 말보다 솔직했다. 캥거루의 숨은 가빴지만 흐트러지지 않았다. 쫓기듯 달려온 숨이 아니라, 멀리서 스스로 걸어온 숨이었다.

미미는 문을 완전히 열어 두었다. 들어오라는 말 대신, 현관의 빛을 안쪽으로 더 들였다. 바닥에 드리운 햇빛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었다. 캥거루는 그 빛을 보고서야 한 발 안으로 들어왔다. 발이 닿자 숨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주방 쪽에서 스멀스멀 냄새가 퍼졌다. 따뜻한 기운이 발끝을 건드렸다. 캥거루의 시선이 식탁으로 향했다. 접시에 담긴 음식들이 아침빛을 받아 조용히 놓여 있었다.


“식사 준비 중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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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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