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긋난 틈에서 먼저 도착한 것
시계는 앞으로만 움직이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드러낸 건, 소리였다.
초침은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소리는 일정하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이어져야 할 간격 사이에 아주 미세한 공백이 끼어들었다. 멈춘 것도 아니고, 거꾸로 간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어떤 순간에는 시간이 숨을 고르듯 늦어졌다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갔다. 그 불규칙함이 반복될수록, 공간은 조용히 긴장했다.
루네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열 살 아이의 귀는 어른보다 많은 것을 듣는다. 특히 어른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넘겨버린 소리들을. 그녀는 카운터 위에 올려둔 손을 조금 더 안쪽으로 당겼다. 나무의 따뜻함이 손바닥에 오래 남았다. 방금 전보다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는 걸, 루네는 정확히 느꼈다.
“방금…”
쿼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리, 들으셨어요?”
포노가 꼬리를 한 번 가볍게 흔들었다.
“들렸어.”
그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정상은 아니야.”
시계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바늘 끝이 지나간 자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잔상이 남아 있었다. 마치 방금 전의 시간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얇게 겹쳐 남아 있는 것처럼. 루네는 그 잔상을 오래 바라보다가, 시선을 서가 쪽으로 옮겼다.
서가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종이가 서로 스치는 소리였다. 누군가 손으로 넘긴 게 아니라, 페이지가 스스로 움직이는 소리. 그 소리는 점점 분명해졌다.
제목 없는 봉투가 놓여 있던 자리였다.
봉투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아래, 그림자가 달라져 있었다. 그림자는 바닥에 닿지 않고, 공중에서 끊겨 있었다. 마치 봉투 아래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이미 빠져나간 것처럼. 그 어긋남이 루네의 시선을 붙잡았다.
쿼카가 기록 가방을 열었다.
“지금부터 적어야 할 것 같아요.”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지만, 종이를 꺼내는 속도는 평소보다 빨랐다.
“첫 번째 이상 현상이에요.”
“이상이라고 부르기엔,”
포노가 낮게 말했다.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말이 공기 속에 남았다. 관찰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루네는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유니폼 치마를 무의식적으로 정리했다. 무릎을 덮는 길이. 움직이기엔 충분하지만, 보호하기엔 완전하지 않은 길이. 아이에게는 늘 그런 선택지뿐이라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에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때, 봉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바람도, 손길도 없었는데 봉투의 가장자리가 스스로 들렸다가 내려왔다. 봉투 표면의 별 모양 문양이 잠깐 더 선명해졌다가, 다시 옅어졌다. 마치 무언가를 시험하듯.
루네는 숨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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