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시가 되지 못한 말

삼켜버린 문장에 대하여

by Helia

시가 되지 못한 말은
대개 목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삼키는 일에 익숙해진 사람처럼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나는 그런 말들을
하루에 몇 번씩 넘긴다
아침에는 괜찮은 척
저녁에는 피곤하다는 말로
그 말들이 어디로 가는지
한 번도 끝까지 따라가 본 적은 없다

말이 시가 되려면
조금의 용기와
조금의 무모함이 필요한데
나는 늘 그 앞에서 멈췄다
괜히 적었다가
괜히 들켰다가
괜히 오래 남을까 봐

그래서 말들은
대부분 이름을 얻지 못한 채
가슴 안을 떠돌았다
불러주지 않은 감정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분명히 있었던 것들

창틀 위에 놓인 유리병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꽂아둔
꽃 한 송이
화병도 아니고
선물도 아니고
기다림도 아닌 채로
그냥 거기 있었다

말들이 꼭 그랬다
크게 불리지도 못하고
완전히 버려지지도 못한 채
하루의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그 말들을
시로 만들기엔
너무 늦은 밤에 만났고
그 밤은 늘
생각보다 빨리 아침이 되었다

밤이 오면
말들은 유난히 또렷해졌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어둠 속에서만
자기 얼굴을 드러냈다

그때마다 나는
말을 적기보다
불을 먼저 끄는 쪽을 선택했다
침묵이 더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쓰지 않은 문장들은
천장 위에 매달린 채
별처럼 늘어갔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끝내 만지지 않는 것들

나는 그 별들을
하나도 따지 않았다
빛난다는 이유만으로
소원을 빌기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삼켜버린

뒤였다

시가 되지 못한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형태로 남는다

말 대신
표정으로
표정 대신
버릇으로
버릇 대신
사람을 고르는 기준으로

그래서 나는 가끔
이유 없이 피곤했고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감을
자주 느꼈다

누군가 다가오면
한 발 물러서게 된 것도
말을 묻어두는 습관이
몸에 먼저 배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보다
시를 삼킨 사람이
더 조용해진다는 걸
나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말을 남기지 않는다는 건
상처를 숨기는 일과 닮아 있었다
드러내지 않으면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나 숨긴 자리는
늘 더 오래 쑤셨다

시가 되지 못한 말들은
부끄러움처럼 남아
나를 오래 바라본다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정말로 괜찮은지 묻듯이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고
이제는 가끔
말을 꺼내본다

완성되지 않아도
엉성해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지 않아도
그 말이
나를 떠나
어딘가로 가게 두려고

시가 되지 못해도
말은 말대로
한 생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늦게 배운 덕분이다

그래서 오늘은
말 하나를
서랍에 넣지 않았다
접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고
그냥 책상 위에 두었다

그 말이
시가 되든
되지 않든
이제는 상관없다

다만
그 말이
나를 떠나
숨 쉴 수 있다면

나는 아직
말을 버리지 않았고
그래서
조금은
살아 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