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마지막 문장에 숨 고른다

오늘을 접는 호흡

by Helia

마지막 문장 앞에서
나는 잠시 숨을 멈춘다
끝내기에는 아직
오늘이 내 몸에 남아 있어서

페이지 가장자리에
지워진 말들이 얇게 눕는다
고쳐 쓴 흔적들 위로
밤의 체온이 내려앉고
문장은 아직
완전히 잠들지 못한다

오늘은 유난히 길었다
말보다 숨이 먼저 닳아
쉼표를 놓을 때마다
심장이 앞질러 뛰었다
마침표는 멀고
침묵은 자꾸 늘어났다

창밖은 불을 낮추고
도시는 조용히 등을 돌린다
모든 소리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나는 그 틈에서
아직 남아 있는 마음을 더듬는다

쓰지 못한 말들은
항상 같은 곳에 모인다
손끝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와
지워진 자리에
자기 그림자를 남긴다

밤은 묻고
새벽은 대답 대신
차가운 공기를 내민다
나는 그 공기를 들이켜
오늘을 버틴 만큼만
천천히 내쉰다

완벽한 문장은 필요 없다
다치지 않을 문장,
내일을 미루지 않을 문장,
지금의 나를
억지로 설득하지 않는 문장이면 된다

마지막 문장은
언제나 가장 늦게 도착해
가장 먼저 자리를 펴준다
괜찮다는 말도
계속하라는 말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
가만히 내려놓는다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숨을 고른다
더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흘린 호흡을
다시 내 몸으로 돌려놓기 위해

단어와 단어 사이에
마음이 끼어들지 않도록
눈을 감고
한 박자 늦춘다

페이지 끝에서
오늘이 천천히 접힌다
구겨지지 않게
찢어지지 않게
아무도 모르게
나만 알 수 있도록

접힌 자리마다
숨의 온도가 남고
남은 온기 위로
다음 날의 그림자가 얹힌다

이 문장이 끝나면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잠시 멈춰도 괜찮을까

대답은 여전히 비어 있지만
빈칸 또한
하나의 문장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문장에
숨을 고른다

오늘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아직 살아 있는 마음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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