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리뷰

우리는 왜 아직도 말을 삼키고 있을까

by Helia

이 여름에 가장 조용하게 심장을 두드린 작품은 뜻밖에도 요란하지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 한 편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스쳐 지나가듯 마주친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는 처음엔 색이 예뻐서 눌렀고, 끝날 무렵에는 마음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청춘 애니 추천 목록에 자주 오르는 이유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 영화는 시끄럽게 외치지 않는다. 대신 숨을 고르게 만든다. 그리고 묻는다. 너는 아직도 네 말을 목 안에 가두고 있느냐고.

체리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소년이다. 사람들 앞에 서면 혀가 굳고, 시선이 닿는 순간 목이 잠긴다. 그래서 그는 하이쿠를 쓴다. 짧은 문장에 마음을 눌러 담는다. 길게 설명하지 않고, 비명을 지르지 않고, 단 몇 음절로 여름을 건넌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더 침묵하게 되는 사람, 상처를 들키지 않으려고 문장을 줄여버리는 사람. 체리는 유난한 아이가 아니라, 우리 쪽에 더 가까운 얼굴이다.

스마일은 늘 웃는 마스크를 쓴다. 치아 교정기를 숨기고 싶어서, 입을 가리고 싶어서, 먼저 방어하기 위해 웃는 얼굴을 덧씌운다. 화면은 환하게 빛나지만, 그 뒤에 맺힌 물기를 숨기지 않는다. 여름 감성 애니라고 부르기엔 이 작품은 의외로 솔직하다. 밝은 색감 아래에 얇게 깔린 불안, 아무렇지 않은 표정 속에 스며 있는 두려움. 그 균열을 끝까지 따라간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거대한 사건이 없다는 데 있다. 세계가 무너지지 않고, 관계가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사소한 망설임이 중심에 선다. 말을 꺼내기 직전의 숨, 고백을 삼키는 순간의 침묵, 괜히 이어폰 볼륨을 높이는 손끝. 그런 장면들이 천천히 쌓이며 리듬을 만든다. 화려한 전개 대신 맥박처럼 잔잔한 진동을 택한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중반부, 체리의 하이쿠가 낭독되는 장면에서 나는 화면을 멈췄다. 짧은 문장이 공기 위에 떠오르듯 울린다. 길게 늘어놓은 설명보다 더 정확하게 심장을 건드린다. 말은 많을수록 진실해질 것 같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 정확히 닿는 한 문장이, 흐릿한 백 마디보다 선명하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단어를 고르고 또 지우는 사람으로서 그 장면이 유난히 깊게 박혔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크게 말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곧게 닿았는지라는 걸 이 작품은 조용히 증명한다.

스마일이 마스크를 벗는 순간은 이 영화의 또 다른 파동이다. 완벽해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천천히 내려앉는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닌 이유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통째로 뒤흔드는 파도일 수 있다. 그 파도를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외면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이 작품의 다정함이다. 인물들은 서로를 고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바꾸는 대신 안아준다. 청춘 애니메이션이 종종 빠지는 교훈의 함정을, 이 영화는 비켜 간다.

그리고 마지막. 불꽃이 터지는 밤, 체리는 마침내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 유창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이. 목을 타고 올라오던 기포가 결국 터진다. 그 장면에서 나는 숨을 오래 참았다. 이 고백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대신 진짜 같다. 말 못 하는 사람이 끝내 말해버리는 순간, 세상은 조금 조용해지고 조금 넓어진다. 그 찰나를 위해 영화는 여름을 통째로 건너왔다.
넷플릭스 애니 추천을 찾는다면 이 작품은 분명 목록에 올라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예쁜 그림체 때문은 아니다. 파스텔처럼 부드러운 색, 사탕처럼 맑은 화면은 분명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영화의 힘은 색이 아니라 결에 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고백하는 방식, 웃는 얼굴 뒤에 숨은 아이들의 체온, 말 대신 숨으로 이어지는 관계. 그 결이 마음을 오래 붙든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개는 의도적으로 느리다. 자극적인 반전도, 강한 갈등도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애초에 폭발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톡, 하고 터지는 작은 기포를 택한다. 사이다가 목을 스치듯, 말이 잠깐 튀어 오르는 순간을 위해 달린다. 그래서 제목이 정확하다. 이 영화는 거대한 함성이 아니라, 결국 솟아오르는 한 문장을 기다린다.

보고 나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어폰을 낀 채 창밖을 바라봤다. 나 역시 수없이 많은 문장을 삼킨 채 여름을 건너왔다는 걸 떠올렸다. 괜찮은 척 웃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쓰고, 고백 대신 농담으로 돌려 말하던 날들. 우리는 모두 체리였고, 동시에 스마일이었다. 말하지 못해도 이미 사랑하고 있었고, 숨기고 있어도 이미 들키고 있었다.

이 작품은 크게 기억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어느 날 문득 떠오를 것이다. 뜨거운 오후, 혼자 걷던 골목, 불꽃이 터지던 밤 같은 장면과 함께. 그리고 그때 우리는 조금 덜 숨게 될지 모른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네 언어로 말하라고, 이 여름이 그렇게 속삭였으니까.
우리는 왜 아직도 말을 삼키고 있을까. 기포는 이미 목까지 차올랐다. 이제 남은 건, 터뜨리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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