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를 보고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배가 고픈데도 젓가락이 쉽게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사탕 통을 흔들던 아이의 손이 자꾸 떠올랐다. 그 작은 금속통 안에서 달그락거리던 소리, 이미 비어버린 단맛의 잔향. 그 장면이 내 식욕을 갉아먹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른다. 일본 애니 명작, 전쟁 애니메이션 추천 목록에 빠지지 않는 제목. 하지만 나는 선뜻 추천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좋다는 말은 어딘가 가볍고, 아름답다는 형용은 이 이야기 앞에서 망설여진다. 이 영화는 감동을 주기보다, 숨을 조인다. 울리기보다, 가라앉힌다.
도시는 불길에 휩싸이고, 하늘은 붉게 물든다. 그러나 진짜 잔혹함은 폭격 장면이 아니라 그 이후에 온다. 전쟁은 아이들을 하루아침에 고아로 만든다. 그리고 더 잔인하게도, 어른들의 얼굴에서 연민을 지워버린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기 전에, 먼저 마음을 말린다.
남매는 살아남기 위해 움직인다. 도망치고, 숨고, 견딘다. 오빠는 가장이 되겠다고 이를 악문다. 그러나 그는 아직 아이였다. 어깨에 얹힌 책임은 너무 무겁고, 세상은 너무 냉정하다. 도움을 청하기엔 자존심이 먼저 상하고, 버티기엔 배고픔이 깊다. 그 어설픈 자립이 결국 비극으로 기운다. 나는 그 지점에서 오래 멈췄다. 누군가 조금만 더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목에 걸렸다.
여동생은 끝까지 웃는다. 반딧불이를 잡으며 깔깔대고, 사탕 한 알에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는다. 그 웃음이 유리처럼 맑다. 그래서 더 쉽게 깨진다. 반딧불이는 밤을 밝히지만, 새벽이 오기 전 이미 식어버린다. 잠깐의 반짝임이 어둠을 더 짙게 만든다. 이 영화는 희망을 길게 주지 않는다. 찰나의 온기를 보여주고, 곧장 빼앗는다.
나는 영화를 보며 몇 번이나 화면을 멈출 뻔했다. 감정이 격하게 요동쳐서가 아니라, 너무 고요해서. 억지 눈물도, 과장된 음악도 없다. 대신 텅 빈 그릇과 마른 입술, 초점 잃은 눈동자가 있다. 배고픔은 점점 살을 깎고, 체온은 서서히 내려간다. 그 느린 침식이 더 아프다.
어릴 적, 나도 배고픔을 안 적이 있다. 전쟁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냉장고를 열어도 마땅한 것이 없던 밤. 괜히 물을 마시며 배를 채우던 순간. 그 기억이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스크린 속 아이들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기억과 겹쳐졌다.
많은 전쟁 영화는 영웅을 세운다. 희생을 찬양하고, 승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영웅이 없다.
대신 살아남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그 사실이야말로 가장 큰 고발이다. 거대한 명분 아래, 가장 작은 존재가 먼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라짐은 뉴스 한 줄로도 남지 않는다.
전쟁 애니메이션 추천을 묻는다면, 나는 잠시 침묵할 것이다. 대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마음이 단단한 날에 보라”고. 이 영화는 눈물 나는 영화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눈물이 흐른 뒤에도 오래 남는다.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밤에 불을 끄면,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깜박이는 기분이 든다. 그 빛은 예쁘지 않다. 아프게 선명하다.
가장 괴로운 질문은 이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나는 달랐을까. 한 끼를 나눠줄 수 있었을까. 아니면 문을 닫고 돌아섰을까. 이 물음 앞에서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시험지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의 배고픔을 스쳐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나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화면은 이미 꺼졌는데도, 가슴 어딘가가 계속 어둡게 빛났다. 반딧불이는 오래 살지 못한다. 그러나 그 빛을 본 눈에는 잔상이 남는다. 이 영화도 그렇다. 짧게 반짝이고, 길게 남는다.
나는 다시 이 작품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 뒤에 숨기엔 너무 아픈 이야기. 일본 애니 명작이라는 수식으로 덮기엔 너무 날것인 현실. 결국 이 영화는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따뜻한가. 누군가의 굶주림 앞에서, 얼마나 오래 시선을 버틸 수 있는가.
밥을 다 먹지 못한 채 숟가락을 내려놓던 그 며칠처럼, 이 작품은 내 일상을 조금 흔들어 놓았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던 하루에 작은 균열을 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짧고도 처연한 빛 하나가 스며들었다. 꺼졌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빛. 나는 아직 그 잔상 속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