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온기가 식은 자리

같은 마음의 다른 무게

by Helia

흩어지지 않게.
그 온기가 밤을 건너 아침으로 이어졌다.
미미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몸이 먼저 가벼웠다.
이마에 손을 얹어 보니 열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숨은 막히지 않았고, 어제까지 눌려 있던 무게는 사라져 있었다. 빈자리에는 맑은 공기만 남아 있었다.
미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팔도, 등도, 다리도 제때 따라왔다.

“괜찮네.”

짧게 중얼거렸다.
창문으로 걸어갔다.

하나, 둘, 셋.

닫혀 있던 창문을 모두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밀려들었다. 밤새 고여 있던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바람이 커튼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미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제 좀 살겠다.”

바로 빗자루를 들었다.
바닥을 쓸고, 먼지를 모았다. 햇빛 속에서 먼지가 잠깐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책장 위를 닦고, 테이블을 닦고, 창틀을 훑었다.
손이 닿는 곳마다 한 번씩 쓸어내렸다.
어제의 흔적을 지우듯,
오늘을 새로 펼치듯.
침대로 돌아왔다.
이불을 걷어내고, 베개를 털고, 침구를 하나씩 들어 올렸다.

“이건 빨아야지.”

작게 말하며 바구니에 담았다.
새 이불을 꺼내 펼쳤다.
바스락.
천이 펴지는 소리가 방 안에 고르게 퍼졌다.
손으로 한 번 더 눌러 주었다.
침대가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다.
미미는 잠시 서서 바라봤다.
어제의 무거움은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정리된 고요가 남아 있었다.
세탁통에 물을 채웠다.
침구를 담그자 물이 탁해졌다가, 다시 맑아졌다.
헹구고, 짜고, 또 헹구고.
천이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빨랫줄에 널자 햇빛이 천 위에 고르게 내려앉았다.
바람이 한 번 스쳤다.
미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배고픔이 올라왔다.
하지만 곧장 먹지 않았다.
주방으로 들어갔다.
양순이의 손,
다람쥐 커플의 분주한 움직임,
그리고 말없이 약을 건네던 기린 군의 눈빛.
어제의 장면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소매를 걷었다.
냄비를 꺼내고, 재료를 다듬고, 불을 올렸다.
보글.
국물이 천천히 끓기 시작했다.
칼이 도마 위를 지나갔다.
채소가 가지런히 놓였다.
하나씩,
천천히.
급하지 않게.
그릇이 하나, 둘, 셋.
테이블 위가 차츰 채워졌다.

“이건 좋아하겠지.”

“이건 많이 먹겠지.”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불을 줄이고 나서야 손을 털었다.


“이 정도면 됐네.”

문을 나서며 초대를 건넸다.

“저녁 먹으러 와요.”

해가 기울 무렵,
문 앞에 발소리가 멈췄다.

똑.

가벼운 노크였다.
문을 열자 양순이가 서 있었다.

“냄새가 벌써 나요.”

짧게 웃었다.
그 뒤로 다람쥐 커플이 나란히 서 있었다.

“우와…”

“진짜 많이 했네요.”

그리고 한 발 뒤,
기린 군이 조용히 서 있었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Heli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70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4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