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처음부터 비밀이었다.
나조차도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했던 말.
하지만 어느 날 할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네 아빠, 네 친아빠 아니야.”
그 말이 사실이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무서웠고, 무관심했고, 나를 향해 한 번도 미소 짓지 않았던
그 사람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고 상상할 수 있다면—
그건 도망이 아니라, 구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마치 자랑처럼 친구들에게 흘렸다.
“우리 아빠, 사실 친아빠 아니야.”
“비밀인데… 할머니가 말해줬어.”
속으로는 바랐다.
그 말이 진짜가 되었으면.
말이 씨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무도 상상 못 하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쓰러졌다.
숨이 막혔고, 시야가 흔들렸고, 손끝이 얼었다.
처음엔 그냥 기절한 줄 알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 그때가 공황장애의 시작이었다.
병원에 실려 가듯 양호실로 옮겨졌고,
엄마에게 연락이 갔다.
놀라서 달려온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담임이 물었다.
“아이가 그러는데, 아빠가 친아빠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사실인가요?”
순간 엄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잠깐 당황한 눈빛을 보였지만 곧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친아빠 맞습니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그 순간부터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나는 진실을 말했을 수도 있었고,
적어도 그 말을 믿었던 아이였는데,
어른의 단호한 부정 앞에서
내 모든 말은 '상상'이 되었고,
나는 조작하는 아이, 주목받고 싶어서 거짓을 꾸미는 아이가 되었다.
그날 이후, 아무도 내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또 상상 아니야?”
“그런 거 네가 지어낸 거지?”
그 말들이 장난처럼 오갔고,
나는 어느새 자기 이야기를 꾸며내는 애로 분류되었다.
나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부정당할 거라는 걸 너무 일찍 배웠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사실을 말해도 거짓말쟁이가 되는 법을 배웠다.
그 담임은
자기 질문이 어떤 파장을 낳았는지 알았을까?
아니면 그저 사실 확인을 했다는 자기만족으로 넘어갔을까?
선생님,
당신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내 목소리를 확인하려 했지,
나를 보호하려 하진 않았어요.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날 이후, 누구도 내 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