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에 선 마음
그날 이후로 모든 게 싫어졌다. 아침이 오는 것도, 눈을 뜨는 것도, 입을 여는 것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아빠는 늘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일찍 나가야지.”
그 말엔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그저 의무처럼, 기계적으로.
차 안은 늘 침묵으로 가득했다. 라디오는 꺼져 있었고, 창밖 풍경만 흘러갔다.
학교 앞에 도착하면 아빠는 창문을 내리지도 않은 채 손만 들어 인사했다.
아이도 말없이 문을 열고 내렸다.
횡단보도 앞에 서면 이상한 충동이 들었다.
‘지금 뛰어들면 어떨까.’
단 한순간이면 끝날까.
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죽는 것도 무섭지만, 살아남은 뒤에 듣게 될 말들이 더 무서웠다.
“또 무슨 관심 끌려고 그랬니?”
“괜히 주목받으려고 그랬지?”
결국 아이는 오늘도 양호실로 향했다.
몸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아팠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의 멍.
양호실 침대에 누워 커튼을 닫았다. 얇은 천 하나가 세상과 자신 사이의 마지막 선 같았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담임과 엄마가 함께 들어왔다.
“요즘 수업에 집중을 못 해요. 시험도 엉망이고요.”
담임이 말했다.
엄마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맨날 저래요.”
엄마는 한 번도 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었다.
늘 소녀보다는 남동생을 먼저 챙겼다.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소녀가 “친구들이 날 괴롭혀”라고 말하면, 엄마는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네가 뭔가 잘못했으니까 그러지.”
“그런 건 네가 알아서 해결해.”
그 말들은 칼처럼 가슴에 꽂혔다.
점점 소녀는 자신이 정말 잘못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믿게 되었다.
스스로를 탓하고, 감정을 누르고, 마음을 접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불편한 짐처럼 여겨졌다.
그날 밤, 소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사라지면… 엄마는 알기나 할까?”
그 질문에,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