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바뀌었는데, 왜 내 마음은 늘 같은 자리에 멈춰 있을까.
작년 이맘때도 그랬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문득 무너졌다.
유독 이 계절만 되면 이상하다. 괜찮았던 것들이 갑자기 덜컥 무너지고, 감정이 예고도 없이 솟구친다. 마음이 벅차오르거나, 갑자기 고요해지거나, 이유 없이 아프다. 해마다 반복된다. 잊을 만하면 꼭, 다시 돌아온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해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온도, 비슷한 하늘 아래서 같은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든다.
기억은 잊었는데,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마음은, 더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계절은 이별을 닮았다.
누군가를 떠나보냈던 시간, 후회를 곱씹던 밤,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었던 날.
그때 들었던 음악이 우연히 거리에서 흘러나오면, 멈춰 서게 된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마음 한편이 아직도 그때를 살고 있었구나.
어떤 계절은 사랑을 닮았다.
설레던 대화, 새벽까지 이어지던 문자, 가슴이 벅차서 잠들지 못하던 밤.
지금은 연락조차 없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그 시절만 떠오르면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이 달라졌는데, 마음 한구석엔 아직도 그날의 온도가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해마다, 나는 같은 계절에 무너지고, 웃고, 다시 일어난다.
똑같은 건 하나도 없는데, 모든 게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처럼, 다시 그 마음을 살아내는 것처럼.
감정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 오늘도 조용히 써 내려간다.
이 계절의 공기는 잔인하다.
잊은 줄 알았던 마음들을 조용히 꺼내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온 나를 무너뜨린다.
하지만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다.
그 감정들이 있었기에 나는 살아 있었고, 여전히 나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게 해 준다.
해마다 우리는 잊고, 또 기억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갑자기 스쳐 가는 향기 하나에 무너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 기억 위에 조용히 앉아, 잘 버텼다고 나를 다독이기도 한다.
계절은 바뀌어도, 감정은 끝나지 않는다.
매년 같은 계절, 같은 날씨,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하지만 매년의 나는, 조금씩 달라져 있다.
작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고, 작년보다 조금 더 울지 않는다.
해마다 무너지지만, 그만큼 해마다 다시 일어난다.
당신은 어떤 계절에 무너졌나요?
그리고 올해의 당신은, 어떤 감정을 꺼내 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