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꿈이었다.

불은 꺼지지 않았고, 나는 계속 추락했다.

by Helia

밤마다 산속을 헤맨다.
누가 나를 쫓는 건지도 모르고, 그저 미친 듯이 달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시야가 탁 트이고, 나는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깨어나기 직전, 땅에 닿는 그 찰나.
심장은 덜컥 내려앉고, 입 안엔 아직도 흙냄새 같은 기분이 남아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똑같다.
몸은 무겁고, 기분은 이상하다.
그러면 누군가 말한다. “그냥 개꿈이잖아.”

하지만 나한텐 그냥이 아니다.
꿈에서 나는 진짜였다. 두려웠고, 애썼고, 절박했다.
숨을 곳 하나 없는 산길에서,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도망치고 있었다.

어떤 날은 가게에 큰 불이 난다.
나는 그 안에서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 하지만,
불길은 더 커지고, 연기는 뿌옇게 시야를 가린다.
결국 나는 바깥에서 불타는 가게를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눈앞에서 무너지는 공간. 지켜내지 못한 것들.
그게 무엇이든, 내 안의 뭔가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그냥 개꿈이잖아. 의미 없어.”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런 꿈엔 늘 내가 있다.
내가 말로 꺼내지 못한 두려움, 꾹 눌러둔 감정, 잃어버린 것들.

잊은 줄 알았던 감정이 꿈에서 되살아날 때,
나는 꿈을 무시할 수 없다.
현실에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꿈에서는 울고 있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불안이 불길이 되어 타오르고,
도망치고만 싶은 감정이 절벽이 되어 나를 밀어낸다.

그래서 나는 꿈을 기억하려 한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진짜 나였으니까.

어릴 적에는 마법 같은 꿈을 꿨다.
날아다니고, 웃고,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꿈은 더 현실처럼, 더 쓸쓸해졌다.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고, 지킬 수 없는 것들도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꿈에서조차 항상 도망치거나, 잃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산다.
매일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뜨고, 무사히 하루를 견딘다.
꿈이 뭐든 간에, 지금 내가 깨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오늘 하루를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당신은 오늘 어떤 꿈을 꾸었나요?
그 꿈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지켜내려 애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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