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라는 또 다른 시작
투고 메일을 보내기까지, 나는 여러 번의 계절을 지나야 했다.
봄의 끝자락에서 조심스럽게 문장을 적다가 지우고, 여름의 열기 속에서 자신감을 잃고, 가을의 공기 속에서는 괜스레 감정만 북받쳐 울고, 겨울의 고요 속에서 다시 ‘다음 기회’를 핑계로 삼았다.
메일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몇 문장의 소개와 원고 파일 하나를 첨부하면 될 일인데, 나는 그 앞에서 자꾸만 작아졌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이런 글이 누군가의 눈에 띌 수 있을까?’ ‘읽기나 해 줄까?’
머릿속엔 스스로를 의심하는 질문들이 가득했다.
메일 창을 열고, 커서가 깜빡이는 걸 바라보다 그냥 창을 닫아버린 날도 많았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일이 이렇게 큰 용기인 줄, 그땐 몰랐다.
누군가에겐 아주 가벼운 클릭일 수 있지만, 나에겐 긴 시간을 견디고 버틴 증거이자, 작은 도약이었다.
어쩌면, 그건 메일이 아니라 마음을 보내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며칠 전, 마침내 그 마음을 눌렀다.
‘보내기’ 버튼을 클릭한 그 순간, 손끝이 조금 떨렸고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었다.
그 메일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세상으로 나아갔다.
얼마 후, 회신이 도착했다.
기획출간은 어렵지만 반기획 혹은 독립출판은 가능하다는 제안이었다.
내 글을 읽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고, ‘기회’라는 단어가 문장 속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금세 고민이 시작됐다.
‘다른 작가님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이 제안을 받아도 괜찮은 걸까?’
밤마다 같은 질문들을 품고 검색을 하고, 메모장을 열어 생각을 적고 지우는 날이 이어졌다.
결국 나는 결정을 내렸다.
며칠의 고민 끝에, 반기획 혹은 독립출판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다는 회신을 보냈다.
그 결정이 정답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선택 역시 내 글만큼이나 ‘진심’이었다는 것.
기회를 거절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형태로, 내가 믿는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번 더 숨을 고른 것뿐이다.
보내지 않은 선택도 결국 마음이었다.
그저 방향이 조금 달랐을 뿐, 그 용기마저도 결코 작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