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는 쉽게 붙지만, 마음은..
테이프는 조용히 붙는다.
별다른 소리 없이, 흠집도 없이,
단단하게 둘을 이어준다.
하지만 떼어낼 때는 다르다.
소리가 난다. 때로는 자국이 남고, 찢기고, 아프다.
붙는 건 쉬워도, 떼는 건 어렵다.
그건 사람 사이도 똑같다.
어릴 적, 나는 테이프를 참 자주 썼다.
찢어진 책장을 붙이고, 벗겨진 공책을 감싸고,
어디선가 떨어진 이름표를 다시 붙였다.
마치 손으로 꼭 붙잡고 싶은 모든 걸
테이프로 봉인하듯.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늘 테이프 같은 사람이었다.
불편한 틈이 생기면 내가 먼저 메웠고,
깨진 분위기가 생기면 조용히 붙였다.
갈라지려는 마음을 봉합하려 애썼고,
흩어지려는 인연을 가만히 붙들었다.
그러다 나만 점점 닳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테이프는 쓰일수록 닳는다.
처음엔 반듯했던 단면이 점점 울퉁불퉁해지고,
끝자락은 잘 보이지 않게 말려 들어간다.
그것처럼 나도 점점 지쳐갔다.
붙이기만 하다 보니,
붙잡는 법은 알지만 놓는 법은 모르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쉽게 붙었다.
순간의 감정으로 가까워졌고,
그만큼 쉽게 떼어냈다.
남는 건 나 혼자 붙들고 있던 자국뿐이었다.
혼자 손끝으로 부여잡고 있던 마음은
떼어낼 때 가장 아팠다.
붙이는 건 마음이고,
떼어내는 건 용기였다.
나는 아직도 어떤 마음들을 떼어내지 못한 채 붙잡고 있다.
이미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테이프 자국처럼 마음에 흔적만 남아 있다.
그 자국을 가리기 위해 또다시 테이프를 붙인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기대감으로.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든 틈을 붙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어떤 관계는 찢어진 채로 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무조건 붙인다고 해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걸.
테이프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영원한 해결이 되진 못하니까.
가끔은 붙이기보다,
그냥 조용히 놓아주는 것이
더 깊은 이해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나를 깎아가며 애쓰지 않기로 했다.
이제 나는 테이프를 꺼내기 전, 한 번 더 생각한다.
이건 정말 붙여야 할 마음인가.
이 마음은 나를 지키는 마음인가, 잃어가는 마음인가.
붙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나를 놓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