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우리가 서로 외면하던 밤

숨 죽인 이별

by Helia

그날도 그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다온이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이현은 고개만 살짝 끄덕였고,
눈동자는 휴대폰 화면 속 어딘가에 머물렀다.

언제부터였을까.
밥을 먹자고 불러도
“나중에 먹을게”라는 말만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고,
씻고 나온 뒤엔 말없이 이불을 들추고
그 자세 그대로 등을 돌리고 잠드는 게.

다온은 조심스러워졌다.
대화의 타이밍을 엿보고,
그의 표정을 살피고,
‘괜찮아?’라는 말조차 삼키기 시작했다.

처음엔 피곤한 줄 알았다.
야근이 잦아졌고,
입술은 자주 트고,
눈동자엔 늘 피로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점점,
그가 퇴근 후 늦게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아졌고,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다온은 마음속으로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오늘은 몇 분 동안 눈도 마주치지 않을까.’

말은 줄었고,
마주침은 피했고,
고요는 점점 무겁게 쌓여갔다.
그의 기척은 점점 투명해졌고,
다온은 점점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러던 어느 아침이었다.
다온은 조용히 국을 데우고,
달걀프라이에 간장을 떨어뜨리고,
밥을 담았다.
그가 나오는 소리에 맞춰 식탁을 차려두었지만
그는 말없이 옷을 걸치고
밥상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었다.

“밥, 먹고 가지 그래.”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멈칫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늦었어. 그냥 나갈게.”

문이 닫히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다온은 혼자 남겨진 식탁 앞에 앉아
식은 국에 숟가락을 넣었다.
김은 사라졌고,
소리도, 체온도 사라져 있었다.

그날 밤, 그는 다시 돌아왔다.
늦은 시간, 축 처진 어깨로.
다온은 침대에 등을 기댄 채 그를 바라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단했다.
“나는… 투명인간이야?
같이 살아도, 같이 밥을 먹어도,
같은 이불속에 누워도,
왜 난 없는 사람처럼 굴어?”

그는 멈칫했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

“난 자존심도 없는 줄 알아?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 대답도 안 하니까
그냥 넘어갈 줄 알았어?”

그 침묵이
다온의 마음을 조용히 찢었다.
숨소리마저 무거운 방 안에서
그녀는 덧붙이지 못한 말들을 삼켰다.

그날 밤,
이현은 여전히 등을 돌리고 누웠고,
다온은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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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밤,
서로의 등을 끝까지 외면한 채
마지막을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