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있다는 걸, 끝나기 전엔 알 수 없었다.
그 여름, 우리는 이상했다.
햇빛은 짙었고, 시간은 늘어졌으며,
서로의 대화는 점점 짧아졌다.
이현은 유난히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던 그가 더 조용해졌다.
다온이 무언가를 물으면 그는 늘 "응"이나 "괜찮아"로 대답했다.
괜찮지 않아 보이는데도 말이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창문 너머로 뜨거운 바람이 밀려들고 있었고,
그는 얼음 몇 개만 띄운 커피를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요즘 나 피하지?”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그는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피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좀, 숨 쉬고 싶었어.”
그 말은 끝이었다.
더는 묻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고,
사실상 관계의 끝에서 흔들리는 사람의 방식이었다.
그 여름,
우리는 자주 어긋났고,
같은 방 안에서도 멀어져 갔다.
말이 없던 그는
끝내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작은 가방 하나,
서랍 안에 접어놓은 셔츠 한 벌,
그리고 세면대에 남은 면도기.
다온은 그의 마지막 흔적들을 치우지 못한 채
그 여름을 통째로 접어두었다.
그 계절이 끝나고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누구에게도 그가 떠났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는 것만이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늘, 오랜만에 그 계절의 옷장을 열었다.
아직도 셔츠에서 그의 체취가 나는 듯했고,
낡은 빨래망 안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신었던 양말 한 켤레가 있었다.
다온은 그 양말을 꺼내
말리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손에 꼭 쥐었다.
그 여름이 가고,
그해 가을은 유난히 짧았다.
그녀는 두 계절을 통째로 잃고 있었다.
그의 부재가 겨울보다 먼저 찾아왔고,
그가 남긴 말 한 줄 없는 침묵이
햇빛보다 먼저 그녀를 시들게 했다.
그는 떠나면서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았다.
다온은 그가 마지막으로 앉았던 창가 자리에 앉아
그의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리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들을 다시 삼켰다.
그때 대답했다면,
붙잡았더라면,
달라졌을까?
그 여름은 끝났지만,
그 불안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시작되었다.
> 그가 떠난 게 아니라,
그 여름이 내게 남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