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날들

조용한 이별

by Helia

그 여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도, 싫어졌다고도,
조금 멀어지고 있다고도.

말 대신 커피를 건넸고,
말 대신 이불을 정리했고,
말 대신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현은 점점 말이 없어졌고,
다온은 그 침묵에 익숙해졌다.
처음엔 이유를 물었고,
그다음엔 눈치를 봤고,
결국엔 묻지 않게 되었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일상만 남겼다.
그렇게 관계는 조용히 무너졌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
소리도, 메모도, 흔적도 없이.

남겨진 다온은
그게 이별이라는 걸 한참 후에야 알아챘다.
언젠가 돌아올 거라 믿었고,
일시적인 거리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끝났다는 말이 없었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끝나 있었음을
말 대신 행동으로 들려준 것임을
뒤늦게야 이해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다온은 어디를 가든
비슷한 질문을 들었다.
“요즘 이현 씨는요?”
“둘이 잘 지내죠?”

그때마다 그녀는
“여행 중이에요.”
라고 말했다.

잠깐 고개를 돌려
씁쓸하게 웃고,
그 후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사실 여행 중이라는 말이
가장 덜 아픈 대답이었다.
떠났다는 걸 말하는 대신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말하면
상처가 조금은 덜 느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여행이란 말은
돌아온다는 전제를 품고 있었고,
그 말을 반복할수록
다온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걸
더 분명히 느꼈다.

이제 그녀는 안다.
그가 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붙잡지 않았다는 걸.

말하지 않았던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 그는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다온도,
말보다 침묵이 더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혼자 남은 방 안에서
조용히 문을 닫고 등을 기대앉은 그녀는
이제야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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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끝났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별은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