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봉투의 무게
그날 이후, 아이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자꾸만 그 장면이 떠올랐다.
문틈 사이로 스치듯 마주친 순간이었다. 단정한 차림의 학부모가 주위를 살핀 뒤, 조심스럽게 흰 봉투를 내밀었고, 선생은 그걸 받아 들며 짧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숨을 삼켰던 아이는 문득, 그 장면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 선생이었으니까.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교무실 문을 닫고 나와 복도를 걷던 아이는 선생과 마주쳤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건 없었다. 선생은 늘 그랬다. 아이가 인사를 해도 모른 척 지나쳤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담임이면서도 아이를 유독 무시했다. 성적이 반 평균을 깎아먹는 수준이라서? 아니면 ‘왕따’라는 꼬리표 때문일까. 아이는 그 어떤 것도 떳떳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애썼다. 하지만 그 애씀을 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 담임이었다.
그런 사람이었다. 아이가 아무리 공손히 인사를 해도 돌아보지 않았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모른 척. 외면. 침묵. 무관심.
그러니 교무실에서 봉투를 은밀히 받는 장면이 이상한 일일 리 없다.
오히려 그날의 풍경은,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본모습을 들킨 느낌이었다.
‘역시 그랬던 거구나.’
아이의 머릿속엔 차가운 체념이 내려앉았다.
아이는 스스로를 달래려 했다.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어.’
‘정말 그냥 서류였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설령 그렇다 한들, 그 순간 느껴진 위태로운 분위기와 서늘한 공기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건 분명, 아이가 열 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감으로 익혀온 어른들의 비밀스러운 태도였다.
아이의 마음속에서 선생이라는 존재는 점점 더 작아지고, 어두워졌다.
누군가를 믿고 싶었던 마음은 슬그머니 멀어졌다.
존경? 그런 감정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남은 건, 그날 이후 선생을 다시 보게 된 눈빛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말하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
그저,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른이 다 옳다는 듯 말하는 세상 속에서, 진짜를 가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는 그날 비로소 조금 알게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