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 교실 밖, 어디론가

정문을 지나버린 마음

by Helia

5교시 체육 시간이었다.
비가 와서 운동장이 젖어 있었고, 선생님은 교실에서 준비해 온 체육 영상이나 보자며 대충 수업을 흘려보냈다.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민선이 결석한 지 이틀째였다. 어제까진 별생각 없었지만, 오늘은 묘하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수업 분위기를 휘저었을 민선이 사라진 교실은 왠지 낯설고 허전했다.

그때였다. 교실 뒤쪽 문이 ‘덜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민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무표정한 얼굴. 교복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손에 든 가방도 어깨에 가볍게 걸쳐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아침 조회라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태연했다.

민선은 아무 말 없이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 없이 영상을 멈췄다. 아이는 그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민선이 곧장 아이 쪽으로 걸어왔다. 시선도, 말도 없이.
그러곤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나 좀 나가자.”
작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상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 아이는 얼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는데?”
“그냥. 가자.”

아이의 손목은 따뜻한데, 마음은 불안하게 차가웠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 그 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뒤에서 누군가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가방은 그대로 교실에 두고 나왔다. 운동장 흙을 밟으며 민선과 나란히 걷는 아이는 머릿속이 텅 비었다.

정문을 나서, 큰길로 접어들었다.
민선은 버스정류장에서 도착하는 첫 버스에 아이를 밀어 넣다시피 데리고 올랐다.
앉자마자 창밖만 바라보는 민선. 아이는 입을 열었다.

“민선아, 무슨 일이야? 왜 그러는데?”
대답이 없었다.
아이돌 밴드 해체 기사 때문이라는 걸 어렴풋이 떠올렸지만, 그건 민선에게 농담처럼 지나가던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민선은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입술을 깨물었다.
아이도 그제야 더 묻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는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민선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만히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도 교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무 말 없이 데려가 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건, 사실 자신이었는지도.

창밖으로는 낯선 건물과 간판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비는 잦아들고 있었지만,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안갯속을 걷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