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음악으로 전하는 마지막 인사
William Haviland – Porgi, Amor
어떤 날은 마음이 아주 조용해진다.
외롭다거나 쓸쓸하다는 기분도 아니다.
그냥, 사랑에 대해 한참 생각하게 되는 날.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너무 먼 이야기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엔
바로 어제 일처럼 아릿하게 다가오는 감정들.
나는 요즘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예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나는 늘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그냥 조용히 바라보는 쪽이었다.
멀리서, 말없이.
그게 더 나다웠고, 덜 상처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William Haviland의 ‘Porgi, Amor’를 들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속
백작부인이 부르는 아리아.
사랑을 되찾고 싶다는
아주 순한 간절함이 담긴 노래.
그녀는 말한다.
“사랑이여, 나에게 위로를 주세요.
그의 마음을 돌려주세요.”
이 곡은 화려하지도 않고, 격정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그 절제된 슬픔 안에서
아주 조용히 무너졌다.
누구나 그런 사랑이 있지 않을까.
끝났다고 해도 완전히 잊히지 않는 사람,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쪽에서 계속 기도하게 되는 관계.
이미 어긋난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 번쯤은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
나는 그 곡을 들으며,
마음속에서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가 날 떠난 것도,
내가 잡지 않은 것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인데,
이 음악은 그 기억을 다시 조용히 열어버렸다.
피아노는 느리게 흐르고,
그 위에 얹힌 목소리는
마치 속삭이듯 작고 낮다.
그런데 그 안엔 끝내 울지 못한 감정이 담겨 있다.
차마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끝까지 단정함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의 마음.
그게 어쩐지 나 같았다.
이 노래는 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했다.
돌아오라는 말 대신,
그냥 잘 지내길 바란다는 말도 없이,
조용히 음악으로만 건네는 마지막 인사.
아무도 듣지 못해도 좋고,
전해지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사랑이 꼭 다시 시작되길 바라지 않아도,
그 사랑을 한 번쯤 정갈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이 곡은 그런 마음에 꼭 맞는 온도를 가지고 있다.
나는 오늘 이 곡을 들으며
어느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누군가를 조용히 사랑했고,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날들.
그 시절의 나를,
이제는 조금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