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I stopped looking back

미련보다 나를 택한 날

by Helia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더는 과거를 붙잡지 않기로 한 날.
다시 돌아보지 않겠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숨이 조금 막히고 가슴이 시렸지만, 결국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이 내가 멈춰 서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 첫날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자주 뒤를 돌아보았다.
끝난 인연을 곱씹고, 하지 못한 말을 마음속에서 반복하고,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을 상상 속에서 되살렸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은 문득 스치는 바람에도 선명해졌고, 누군가의 이름 하나에도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후회는 습관처럼 달라붙어, 내 하루를 조용히 무겁게 만들었다.
돌아보고 또 돌아봤다.
그 안에는 ‘미련’이라는 말로 포장된 슬픔, 분노, 아쉬움, 그리움, 복잡한 감정의 잔재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계속 뒤를 본다고 해서 그때의 내가 위로받는 건 아니구나.
계속해서 그 장면에 머무는 건 결국 나 자신을 가둬두는 일이었구나.
이제는 그만 걸어 나와야겠다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나는 일부러 평소에 피하던 길을 걸었다.
그 사람이 자주 가던 카페 앞을 지나고, 함께 걷던 공원을 지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거리까지.
그리고 서서히 느꼈다.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고, 사람들은 제각기 바쁘게 살아가고 있고,
그 모든 장면들 속에서 나만이 아직도 어제에 머물러 있었다는 걸.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이 나지는 않았고, 특별히 슬프지도 않았다.
단지, 마음이 조용했다.
그 조용함 속에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는 됐어. 충분히 그리워했고, 충분히 아파했으니까.”

그 말은 작았지만, 내 마음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냈다.
그렇게 나는 걸음을 돌렸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다시는 그 길을 다시 걷지 않겠다는 뜻으로, 나를 붙잡아 두던 감정을 놓아주겠다는 다짐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한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가벼워졌다.
지나간 일들이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그게 나를 흔들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려도, 더는 내 하루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리움은 남았지만, 집착은 사라졌고
아픔은 있었지만, 이제는 나를 다치게 하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그 하루가,
결국 내 삶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안다.
아무리 오래 붙잡고 있어도, 떠난 것은 떠난 것이고, 끝난 건 다시 시작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걸.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더 나아갔다.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나는 다시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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