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ere almost real

거의였기에 더 오래 남았다

by Helia

한 발짝만 더 가까웠다면,
한 마디만 더 솔직했더라면,
우리는 정말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서로를 꽤 많이 알고 있었고, 꽤 자주 웃었고, 꽤 자주 그리웠다.
그러니까 정말 아슬아슬하게, 거의 진짜였던 것 같다.

사람들은 우리를 연인이라고 착각했다.
너도 나도 부정하지 않았고, 굳이 설명하지도 않았다.
누가 물어도 "그냥 친구야"라고 웃으며 넘겼지만, 사실 그 말은 늘 어색했다.
"그냥"이라는 말로 담기엔,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을 공유했다.
마음속에 서로를 담았고, 서로의 하루에 익숙했고,
언제부턴가 ‘오늘 너는 어땠어?’라는 말이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 되어버렸으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였고, 도피처였고, 잠시 머물다 가는 쉼표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것이 문장이 되지 못했다.
너는 늘 한 발짝 떨어져 있었고, 나는 그 거리를 넘지 않았다.
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넘으면 모든 것이 깨질 것 같아서였다.
우리 사이에 흐르던 그 묘한 평형은,
가까워지면 무너지고 멀어지면 사라질 듯한
가장 위험하고도 섬세한 선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조금씩 바빠졌고, 조금씩 무뎌졌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어느샌가 서로의 소식을 들어야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어떤 다툼도, 이별도 없었지만,
그 어떤 안녕도 없었기에 더 쓸쓸한 거리였다.

어쩌면 우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에 끝도 없는 관계였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꾸 생각난다.
네가 말없이 웃어주던 얼굴,
감정은 숨기고 말투에만 머물던 대화,
우리가 함께 보낸 그 많은 ‘거의 사랑 같았던’ 순간들이.

이제 와 말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거의 진짜였어.
그때 조금만 더 용기 냈더라면,
지금쯤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

사랑은 결국 타이밍이라고들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서로를 붙잡기엔 조금 늦었고, 조금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결국 ‘거의’라는 단어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감정이 거짓은 아니었다.
‘거의 사랑’이었다고 해서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진심이었고, 우리는 조심스러웠고,
우리는 서로를 잊지 않았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나는 가끔 너를 떠올릴 수 있다.
가끔 그 시절의 햇살과 공기와, 너의 말투와, 나의 조용한 떨림까지도.
우리는 결국 현실이 되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지도 모른다.

We were almost real.
그리고 그 말은,
생각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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