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참 자주 꺼냈던 말인데, 끝까지 해본 적은 거의 없다.
항상 그 말은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시작이었고, 동시에 누군가의 반응에 밀려 미완으로 끝나버리는 서툰 시도였다.
나는 그 말을 꺼낼 때마다, 마치 마음속에 무거운 돌을 꺼내 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무거워서 손끝이 저릿한데, 그 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그저 한마디만 더 하면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고, 한 문장만 더 하면 오해가 풀릴 것 같아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 문장은 상대의 반응에 눌려 끝맺음을 망설였고, 결국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 말을 꺼낸다는 건, 사실 무언가를 되돌리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미 흐트러진 대화, 상처 난 분위기, 혹은 엇갈린 감정의 온도를 되돌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속엔 억울함, 애정,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고, 때로는 잘 보여야겠다는 비굴함까지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진심을 오해하며 살아가는 걸까.
내가 한 말이 너에겐 상처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고,
네가 했던 말속에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온기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다.
하지만 모든 깨달음이 타이밍을 놓치면 후회로 남는다.
그때도 그랬다.
나는 진심을 전하고 싶었지만, 말이 너무 서툴렀고, 상황이 너무 미묘했다.
그 한 문장이 자꾸 목구멍에서만 맴돌았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게 아니었어.”
하지만 이미 분위기는 굳어 있었고, 너의 눈빛은 듣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말을 삼켰고, 마음도 함께 삼켜버렸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그 말을 못 했던 내가 자꾸 떠올랐다.
메시지라도 보낼까 고민하다, 괜히 더 엉망이 될까 봐 손을 떼고,
그저 '잘 지내?'라는 인사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 채 며칠을 흘려보냈다.
그러는 사이, 너도 나도, 그날의 진심을 조금씩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아직 그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 있다.
이제야 깨닫는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이 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다시 관계를 이어보고 싶은 작은 용기였다는 걸.
그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그 말을 끝까지 들어줄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조용히,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