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묻지 못한 질문, 듣지 못한 대답

by Helia


작은 진동음 하나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핸드폰 화면 위에 찍힌 '부재중 전화 1건'.
그리고 그 이름—너였다.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봤다. 단지 한 번 울렸다 꺼졌을 뿐인데,
그 짧은 신호음 안에 담긴 네 마음이 궁금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정말 나를 떠올려서 건 전화였을까, 아니면 실수였을까.

답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많은 생각을 부른다.
마치 네가 아직도 나를 떠나지 않은 것처럼.
우린 서로를 지우기엔 너무 오래 알고 있었고,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감정이 지나버렸다.

하지만 그 모든 '이성적인 판단' 앞에서도,
화면에 뜬 단 한 줄—“너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는
다시 나를 그때 그 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더 크고 진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이엔 언제나 타이밍이 어긋났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엔 입을 다물고 말았던 날들이 많았다.
서운함은 쌓였고, 표현은 서툴렀으며,
결국 우리는 점점 무뎌지고, 멀어졌다.

그런 너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그래서 더 이상한 감정을 남긴다.
어쩌면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게 있었을까.
아니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네 마음이 흔들렸던 걸까.
그 순간 나를 떠올렸고, 그래서 전화를 눌렀다가
너도 모르게 끊어버렸던 건 아닐까.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전화를 걸지 못했다.
답을 듣고 싶은 마음보다,
혹시 그 부재중 신호가 '실수'였을까 봐 겁이 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 혼자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내 마음을 스스로 타일렀다.

시간이 흐르면 이 전화도 잊힐 것이다.
문자 한 통 오지 않은 이 조용한 순간도,
결국은 스쳐 지나가는 흔적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짧은 부재의 순간에서 한참을 머문다.

혹시 그날 네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그 말을 하지 못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면,
그건 어쩌면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는 뜻일지 모른다.
우리가 서로를 놓아야 했던 이유 속에는
놓고 싶지 않았던 감정이 숨겨져 있었던 것처럼.

부재중 전화.
말 한마디 없는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나누지 못한 마지막 대화였을지도 모른다.
소리 없는 인사,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의 뒷모습.

그리고 나는, 그 전화 한 통에 오늘 하루를 조용히 흔들린 채로
또다시 네 생각으로 저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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