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 않고, 옆에 앉아주는 사람
“넌 아직 어려서 그래.”
이 말은 언제 들어도 날 억눌렀다.
어릴 때는 그 말이 마치 모자란 사람 취급 같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듣는 그 말은
내 감정을 깎아내리는 도구 같았다.
상처받아도, 억울해도, 반박할 수 없게 만드는 마침표.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적어도 나이를 기준으로는.
하지만 가끔씩 거울을 보면, 내가 정말 어른이 맞는지 묻게 된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어른이라면… 이럴 수 있었을까?”
어른이란 단어는 나를 자주 배신한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분명해질 줄 알았는데,
실은 더 많은 것을 모르는 채 살아가게 된다.
어른이 되면 당당해질 줄 알았는데,
실은 더 많은 것에 조심스럽고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진짜 어른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진짜 어른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사과받지 못한 일 앞에서 여전히 화가 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진짜 어른이라면,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그땐 너도 잘못했잖아"라며 상대의 상처를 지우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맥락을 끌어와 지금의 고통을 지우는 건
너무도 쉬운 폭력이다.
진짜 어른이라면,
그 쉬운 폭력을 입에 담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단지 책임 때문이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나는 이제, 책임 말고도
‘다정함’을 기준으로 어른을 구분하고 싶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고,
침묵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고 믿고 싶다.
진짜 어른이라면,
사랑을 말할 때 의무처럼 말하지 않을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앞에서
‘네가 이겨내야지’라고 말하지 않고,
그저 옆에 앉아 있어 주는 사람일 것이다.
진짜 어른이라면,
나를 자라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가르치기보다,
함께 앉아주는 어른.
이해시키기보다,
그저 기다려주는 어른.
나 자신에게도,
그런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