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며, 폭우라며 — 뭐.

예보는 요란했지만, 비는 조용했다.

by Helia

“이번 장마는 한 달 내내 이어질 것이다.”
“폭우가 쏟아질 테니 침수 피해 조심하세요.”
뉴스에서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우산을 단단히 챙겼다.
실내 운동으로 바꿔야 하나, 장마 우울증은 또 어떻게 버티나,
며칠간은 신발도 젖을 거라며 각오했는데—

…뭐? 벌써 끝났다고?

그게 장마의 전부였냐는 듯,
비는 며칠 요란스럽게 내리고는
말도 없이 자리를 비웠다.
하늘은 맑아졌고, 햇볕은 대책 없이 강했다.
“장마 종료 선언”이라는 말이 뜬 화면을 보면서
허무한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렇다고 정말 ‘폭우’가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글쎄다.
정말 하늘이 쏟아지듯 무너진 날은 드물었고,
우르릉 쾅쾅 천둥소리만 겁을 줬지,
창밖엔 그냥 이슬비처럼 내린 날도 많았다.
‘폭우가 쏟아진다더니 이게 다야?’
비가 비긴 한데, 뭔가 부족했다.

비가 오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예감했던 무게나 깊이는 없었다.
그냥 흐리기만 한 하루들이었고,
옷깃은 덜 젖었지만 마음은 더 눅눅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장마 끝, 폭염 시작’이라 했다.

사실, 이제 장마도 예전 같지 않다.
매년 ‘이상기후’라는 말이 당연해졌고,
비는 어떤 패턴을 갖고 온다기보다
그냥 변덕스러운 감정처럼 다가왔다 사라진다.
예보는 점점 화려해지는데
정작 체감은 어정쩡하고,
기분만 덩달아 흐릿해지는 계절.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장마보다 더 버거운 건,
장마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계속 끌려가는 기분 아닐까?
비가 와도 확실히 오지 않고,
맑아도 분명하지 않은 날들 속에서
무기력한 표정으로
우리도 같이 흐려지는 듯한 느낌.

뭐, 그렇게라도 여름은 오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나니
어김없이 폭염이 시작되었다.
햇살은 바닥을 데우고,
그늘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얼음물에 손을 담그며 하루를 넘긴다.
기상청의 말은 바뀌었고,
우리의 표정도 바뀌었다.
하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다.

결국,
장마도 폭우도
기억보다 짧았고,
기분보다 약했다.
남은 건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 끄덕이는 우리와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를 구름을
막연히 바라보는 하루일 뿐이다.

장마라며, 폭우라며—뭐.
그냥 그렇게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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