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마음이 그래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의 자리

by Helia

가끔은 한 문장이 전부를 설명해 버릴 때가 있다.
변명도, 설명도, 언어도 버거운 날에는
그냥 조용히, 고개 숙인 채
"지금, 내 마음이 그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누군가 다정하게 물어온다.
“요즘 어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을 망설인다.
무엇을, 어디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거나 애써 웃는다.
그리고 속으로만 혼잣말처럼 되뇐다.
“지금, 내 마음이… 그냥 그래.”

그냥.
그 한 단어 안에 무력함, 지침, 외로움, 복잡함,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있는 내 고단한 하루가 다 들어 있다.
나는 늘 말끝을 흐리는 사람이었다.
확신을 주지 못하고,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게 두려워
그냥, 괜찮아, 그런 말들로 시간을 넘겼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날은 많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래 혼자였고,
생각보다 자주 무너졌으며,
생각보다 내가 나를 다독일 줄 몰랐다.

세상은 조용히 말하는 사람을 놓치기 쉬운 구조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고,
눈물을 감추면 다들 괜찮은 줄로만 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말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그냥'은, 어쩌면 ‘살려달라’는 외침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루의 끝, 불 꺼진 방 안에 혼자 앉아 있다 보면
말 한마디 없는 정적이 괜히 서운하다.
누군가 내게 묻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이 침묵 속에서 나는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
아무 말 없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던 사람,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감정을 먼저 알아봐 주던 눈빛.
그 눈빛 하나가 유일한 안식처였다.
하지만 이제 그 사람은 없다.
혹은 여전히 곁에 있지만, 더는 나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외롭다.

나는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못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써 단단한 척했고,
결국 그 단단함이 내 안을 부숴버렸다는 걸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글을 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매일 흘러가는 감정들 위에 작은 닻을 내리듯,
짧은 단어들을 조용히 남긴다.

그런데 요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 나처럼 느끼고 있을까?”
“아무 반응이 없는 글도, 누군가에게 닿는 걸까?”

스레드에 글을 올려도 하트 하나 없을 때
괜히 민망해지고,
이게 의미 있는 일인지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혼자만의 것일까,
아니면 모두가 잠시 외면한 감정일까.

그래도 오늘도 나는 쓴다.
“지금, 내 마음이 그래.”
그 문장을 시작으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한 줄씩 꺼내어 놓는다.
그리고는 스치듯 지나가는 누군가가
그 문장을 읽고 잠시 멈춰주기를 바란다.
"나도 그런데"라고 속으로 한 번쯤 중얼여주기를.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조용한 파도를 품고 살아간다.
표면은 잔잔해 보이지만,
속은 늘 출렁이고 있는 감정의 바다.
그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이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
어쩌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내 마음이 이렇게 복잡하고 지쳐 있어도
나는 괜찮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할 거야.

지금,
내 마음이 그래.
그냥 그런 날이야.

누군가 나의 말끝을 붙잡아주지 않아도,
나는 오늘 나의 마음을 알아차렸다는 사실 하나로
하루를 무너지지 않고 견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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