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울었던 그날의 눈빛
“괜찮아?”
나는 그렇게 물었고, 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
근데, 네 눈이 먼저 울고 있었어.
마주 보는 일이 이렇게 벅찬 줄, 그날 처음 알았다.
괜찮다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눈빛 하나가 말하고 있었고
나는 그걸 외면할 수 없었다.
사람을 마주 본다는 건 단순히 눈을 맞춘다는 게 아니다.
그건 그 사람의 마음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는 일이고,
한 번 들어가면, 다시 예전처럼은 돌아갈 수 없다.
그날의 너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딸기라테를 마시고 있었지만
잔을 쥔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애써 시선을 피했지만
내가 네 얼굴을 마주 보자,
잠시 멈추던 네 눈동자 안에 수많은 말들이 쌓여 있었지.
그리고,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마주 봤다.
말보다 먼저 눈물이 흘렀고,
그것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마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진심이 들켜버릴까 봐,
아프다는 걸 인정하게 될까 봐
사람들은 자꾸만 고개를 돌린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 속에서
제대로 누군가와 ‘정면’으로 마주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는 이제 그런 순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된다.
눈빛 하나, 말 없는 침묵 하나,
그리고 울지 않으려고 애쓰던 그 사람의 얼굴.
거울 앞에 선 어느 날도 마찬가지다.
씻은 얼굴로 나 자신과 마주할 때
숨기고 싶었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늘도 괜찮은 척 잘했네.”
거울 속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웃는 얼굴 속에 피곤이 숨어 있고
단단한 척하는 어깨엔 사실
말 못 할 무게가 얹혀 있다.
마주 보지 않으면 모른다.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그리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마주 본다는 건 용기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보다,
먼저 다가가는 쪽이 되는 것.
먼저 눈을 맞추고,
먼저 괜찮냐고 묻는 일.
지금 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오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너를 보고 있어."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그 말 한마디를 대신해,
눈을 마주 보고,
마음을 건네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