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꽂힌 칼
칼끝이 가슴을 파고든 순간, 세상이 멈췄다. 뼈를 스치는 둔탁한 감각과 함께 심장이 갈라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숨이 목구멍에서 끊기며, 입안 가득 쇳내가 번졌다. 피가 흘러내려 붉게 번지는 옷자락 위로, 그녀의 눈빛이 번개처럼 꽂혔다.
“하랑…”
내 입에서 터져 나온 이름은 오래된 비밀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그녀—하랑은, 아니 지금 눈앞의 그녀는 전생의 하랑이자, 현생의 하린이었다. 손끝 하나 떨리지 않은 채, 칼자루를 깊게 밀어 넣었다. 그 동작은 망설임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각인된 숙명 같았다.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떨어져 내 볼을 스쳤다. 차가운 물방울 속에 담긴 건 애도였을까, 아니면 마지막 경고였을까.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복수였다. 과거의 죄와 배신이, 피로 되돌아오는 형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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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나는 궁전의 차가운 돌바닥 위가 아니라, 낯선 회색 천장의 아래에 있었다. 귀에선 웅웅 거리는 기계음이 울렸고, 폐 속으로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들이쳤다.
몸을 일으키자, 창밖으로 현대의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 비단도, 검은 갑옷도 없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왔다.
하린.
그러나 그 눈동자, 그 숨결, 그 깊은 어둠은 전생의 하랑과 똑같았다.
“다시 만나네요, 세현 씨.”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말끝에 스며든 냉기는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심장이 저릿하게 욱신거렸다. 마치 여전히 현조의 심장에 칼이 꽂혀 있는 듯, 고통이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꿰뚫었다.
그녀는 한 발 다가와 시선을 맞췄다.
나는 숨을 삼켰다. 전생의 피 냄새가, 지금 이 순간에도 코끝을 스치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