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옥

스스로 만든 벽을 허무는 순간

by Helia

혹시 지금, 창문 없는 방에 서 있진 않은가.
벽은 얼음처럼 차갑고, 문손잡이는 손끝에 닿지 않으며, 바깥의 빛은 먼 별빛처럼 흐릿하다. 그 방을 세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이었다. 쇠창살 대신 후회와 두려움이 얽혀 있고, 자물쇠는 ‘나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잠갔다.

감옥은 폭풍처럼 한 번에 세워지지 않는다.
무심히 꽂힌 말 한 칼, 실패로 깎인 자존감, 외면당한 날의 공허, 사랑받지 못했다는 믿음이 벽돌이 된다. 처음엔 바람막이였으나, 어느새 하늘마저 가린 담장이 된다. 출구는 안쪽에서 걸어 잠겨, 스스로를 가두는 성이 된다.

그 안에서 시간은 변질된다.
계절은 흘러도 풍경은 바뀌지 않고, 웃음소리는 물속처럼 멀다. 시계는 멈췄는데 세상은 속도를 높인다. 그 간극이 깊어질수록 문 앞은 먼 지평선이 된다.

내 벽에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안 된다.’
그 아래엔 ‘다들 나보다 낫다.’ 철조망 같은 글귀가 엮여 있었다. 겁이 났다. 벽 너머 세상은 날 거절할 거라 믿었고, 가진 건 그림자뿐이라 여겼다. 안전해 보였지만, 그 안전은 숨을 졸랐다.

그러다 아주 작은 틈이 생겼다.
열린 창으로 스며든 꽃향기, 먼 곳의 아이 웃음, 오래 잊었던 노래 한 소절. 그 순간 알았다. 세상은 여전히 나를 부르고 있었고, 등을 돌린 건 나였음을.

감옥을 나오는 건 폭발적인 탈출이 아니었다.
매일 벽돌 하나를 빼내는 일에 가까웠다. ‘나는 안 된다’ 끝에 ‘… 아닐지도 몰라’를 붙이고, 비교 대신 ‘나만의 속도’를 인정하기. 겁이 났지만, 겁을 안고 한 걸음 내디뎠다. 작은 걸음은 또 다른 걸음을 불렀다.

그제야 깨달았다. 마음의 감옥은 완전히 무너지는 게 아니다.
문이 열리고 내가 나가는 순간, 그곳은 그저 방이 된다. 필요하면 잠시 머물 수 있지만, 더 이상 날 붙잡지 못한다. 바깥공기는 상상보다 부드럽고, 목소리들은 내 이름을 불렀다.

누군가의 감옥은 상처이고, 누군가의 감옥은 두려움이며, 또 다른 이는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다 쌓은 벽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열쇠는 같다. ‘나를 믿어보기로 하는 용기’. 틈새로 스며드는 빛을 놓치지 않는 감각, 작은 시도에도 스스로를 쓰다듬는 마음, 그리고 ‘밖은 내 상상보다 더 따뜻할지도 모른다’는 믿음.

혹시 아직 그 안에 있다면 기억하라.
당신은 죄수가 아니다. 당신은 주인이다. 열쇠는 처음부터 당신 손에 있었다.
벽돌 하나를 빼낸 그 틈으로 스며든 빛이, 언젠가 당신의 전부를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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