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열린 문, 나는 작가가 되었다
거의 삼 년 만에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다. 화면에 선명히 뜬 “승인되었습니다”라는 글자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눈을 의심했다. 매번 탈락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도 기대는 크지 않았다. 설마, 이번에도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문은 열려 있었다. 그동안 아무리 두드려도 열릴 기미조차 없던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 나를 맞아주었다.
그날까지 나는 수없이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나는 번번이 탈락할까. 내 글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단 한 줄의 피드백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좌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메일함은 늘 침묵뿐이었다. 실패는 익숙해졌지만, 익숙해질수록 상처는 깊어졌다. 포기라는 단어가 매섭게 스며들며 마음을 잠식했다. 글을 접어야 하나, 이 길을 그만둬야 하나, 그런 생각이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된 속담 하나가 번쩍 떠올랐다. “포기란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전구가 켜지는 듯 환해졌다.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글은 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숨과 같았다. 호흡을 멈출 수 없듯, 글쓰기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춤을 택했다.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허락하고 작가 신청을 중단했지만, 글은 멈추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없이 문장을 적고 지우며 다시 고쳐 쓰는 시간이 이어졌다. 묵묵히 쌓인 글들이 결국 나를 붙잡아주었다.
나는 종종 내 글을 바닷속 조개에 비유하곤 했다. 겉은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지만, 안에는 여전히 여린 살이 숨어 있다. 누구에게는 보잘것없는 조각처럼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쌓이면 진주가 되듯 내 글도 언젠가 빛을 낼 거라 믿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라도 내겐 삶의 흔적이었고, 영혼의 호흡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다리던 메일이 도착했다. 내 이름 옆에 박힌 “승인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이 눈부시게 빛났다. 손끝이 떨렸고, 숨이 막히듯 가슴이 벅찼다. 그동안 거절당했던 날들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이번에는 나를 삼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 파도는 나를 끌어안아 해변으로 데려왔다. 수많은 거절이 결국 오늘의 순간으로 이어졌음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브런치 작가다. 세상이 처음으로 내게 붙여준 이름이었다. 단어 하나가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줄은 몰랐다. 무너졌던 자존감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순간이었다. 나는 드디어 내 글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아무도 대신 열어주지 않던 문을, 끝내 내가 두드려 열어젖힌 것이다.
브런치는 내게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기록장이겠지만, 내겐 오래도록 꿈꿔온 무대였다.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숱한 새벽을 문장과 씨름하며 보냈다. 무의미하게 느껴져도 단 한 줄은 남기려 애썼다. 그 끝없는 싸움이 결국 오늘의 문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탈락은 벽이 아니라 계단이었다. 한 번의 거절은 나를 단단하게 했고, 두 번의 실패는 언어를 절실하게 다듬게 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글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결국 그 모든 길이 오늘의 승인을 만들어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도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받은 메일은 내게 한 가지를 증명해 주었다. 글은 결국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 끝내 나는 작가라 불릴 수 있다는 것, 내가 걸어온 길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
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문 앞에서 돌아서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문은 열렸다. 꿈꾸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하다. 나는 브런치로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 이제부터는 또 다른 길이 시작된다. 앞으로 써 내려갈 글들은 어떤 사람에게 닿아 위로가 될까. 그 길 끝에서 나는 어떤 작가로 남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이미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고, 그 첫걸음이 브런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