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버튼을 누르던 떨림
책을 낸다는 건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일까? 아니면 나처럼 흔한 이름을 가진 사람도 언젠가 책을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늘 내 마음 한쪽에 오래 묵혀둔 숙제 같다. 누가 묻지 않아도, 나는 스스로에게 자꾸 던진다. ‘정말 가능할까? 아니면 그저 꿈만 꾸다 끝나는 걸까?’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남들이 SNS에 사진을 올릴 때, 나는 종종 글을 붙이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진보다 글에 더 많은 반응이 달렸다. 누군가는 내 글에 “괜히 울컥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나도 같은 시절을 지나왔다”며 고백을 건네왔다. 그 작은 반응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글이란 게 이렇게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발행 버튼을 누르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손끝이 덜덜 떨렸다. 누가 본다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시험지를 제출하는 학생 같은 기분이었다. 올리고 나서야 ‘괜히 했다’ 싶어 지웠다가, 다시 올리고, 또 지웠다. 그런 실랑이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몇 시간이 지나자 ‘잘 읽었다’는 댓글이 달렸다. 단 한 줄이었는데, 그 한 줄 때문에 나는 다시 쓸 수 있었다.
그렇게 글을 쌓아가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글들을 모으면 혹시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순간, 마음속에서 거대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네 글이 무슨 책이야. 조회수도 몇 백밖에 안 나오는데.’ 솔직히 그 말이 정답 같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또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책은 거대한 걸작만을 위한 게 아니야. 누군가의 일상을 담은 작은 기록도, 충분히 책이 될 수 있어.’
나는 그 말에 자꾸만 붙잡힌다. 왜냐면 내가 좋아하는 책들 중에도,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다룬 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일상이 너무 솔직하고, 너무 뜨겁게 기록되어 있어서 나는 그 글 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결국 책이란 건 글쓴이의 인생을 담아내는 그릇이지, 문장력 시험지가 아니지 않나.
그러고 보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마치 도심 속 작은 노점 같았다. 화려한 간판도, 값비싼 인테리어도 없다. 다만 내 이야기를 올려둔 작은 자리 하나. 어떤 이는 그냥 스쳐 지나가고, 어떤 이는 잠시 멈춰 서서 읽고 간다. 그리고 아주 가끔, 그 글을 저장하거나 공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노점에 놓인 종이컵 하나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책을 낸다는 건 다르다. 노점에서 파는 커피가 아니라, 카페를 차리는 일 같다. 임대료, 인테리어, 메뉴판…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글을 고르고 묶고, 교정하고 교열하는 과정은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다. 출판사의 심사, 표지 디자인, 마케팅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나는 그 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렵다. 내 글이 ‘책’이라는 이름을 달았을 때, 오히려 초라해질까 봐. 인터넷에선 누군가 공감해 주던 문장이, 종이 위에서는 밋밋해 보일까 봐. 책은 오래 남으니까, 언젠가 부끄럽게 느껴지진 않을까. 그런 걱정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도 한다. 누군가에겐 내 글이 ‘별것 아닌 것’ 일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작은 등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힘들 때 그런 책을 만났듯이, 누군가도 내 글을 통해 숨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책이란 결국 누군가에게 가 닿기 위한 다리 같은 거니까.
때로는 출간을 꿈꾸는 게 너무 거창해 보여서, 스스로를 웃게 된다. ‘네가 뭔데?’ 하는 자조가 따라온다. 그래도 또 다른 장면이 떠오른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이 모여, 한 권의 무게를 가지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이 과연 올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매일 쓰는 지금 이 시간들이 그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안다. 책을 낸다고 해서 세상이 확 바뀌진 않을 거라는 걸. 유명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갑자기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안의 세계는 바뀔 것이다. 내가 쓴 글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무게를 가진 기록으로 남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지다.
아직도 묻는다. ‘내가 브런치에서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대답은 단순하다.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언젠가의 미래형이 아니라, 지금 내가 매일 쓰는 현재형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매일의 글 한 줄이 결국은 책의 한 장이 될 테니까.
그러니 오늘도 다시 노트북을 연다. 삐걱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라도, 한 줄을 더 쓴다. 언젠가의 독자가 그 문장을 만나길 바라면서.
그리고 또다시 대답한다.
할 수 있다.
반드시.